벼, 쌀

한국인에게 밥은 무슨 의미일까?

산들행 2017. 6. 4. 16:11

한국인에게 밥은 의미가 매우 크다. 동학의 2대 교주였던 해월 최시형 선생은 "밥이 하늘(하울님)이다"라고 주장했다. 조상들이 밥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발언이다. 뿐만 아니다. '밥이 보약이다'라는 믿음도 우리에겐 익숙하고 굳건하다. 또 '밥 한 알이 귀신 열을 쫓아낸다."는 속담을 보아도 한국인에게 밥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금은 또 어떤가? 아직도 많은 한국인은 '한국음식'이라고 말하는 순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희고 기름진 쌀밥'을 연상한다. 이 땅의 어머니들이 집 나간 자식을 기다리면서 구들목에 묻어두었던 것도 흰쌀밥이었고, 유화부인이 집 떠나는 아들 주몽의 손에 쥐어준 것도 곡식 씨앗이었다. 흥부의 박에서 제일 먼저 나온 것도 금은보화가 아니라 흰쌀밥이었다. 그만큼 쌀밥은 우리 민족과 가깝다. 떨어질 수 없는 운명 공동체 같은 존재다.


쌀의 특징은 무엇일까? 다른 식재료와 비교할 때 어떤 점이 두드러질까? 답은 바로 '가공을 많이 하지 않은 채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곡물'이다. 서양의 대표적인 작물인 밀을 보자. 밀은 가공하지 않는 채로 먹을 수 없다. 일단 가루로 만든 다음 이스트 같은 팽창제를 넣고 소금이나 버터를 가미해서 빵으로 만들어야 먹을 수 있다. 국수로 만든다고 해도 조리를 한 다음 국물에 말아 먹거나 양념을 해서 먹어야지, 마른 면만 먹을 수는 없다. 생각해 보면 쌀은 참 대단한 식품이다. 조리법도 단순하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으니까! 쌀이 완전 식품에 가깝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처럼 생명과 같은 구실을 했던 쌀이 요즘 와서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쌀을 마치 비만과 당뇨의 주범인 양 취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요즘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권에서 다이어트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쌀'을 추천한다는 점이다.


- 밥의 인문학

- 정혜경 지음

- 펴낸곳 도서출판 따비

- 초판 1쇄 발행 2015년 5월 10일

- p 19-20


밥의 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