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감자

인구 증가에 기여한 감자의 전래, 최음제, 마령서, 고혈압과 당뇨

산들행 2017. 8. 23. 06:41

감자하면 포테이토칩이나 프랜치프라이를 떠올려 간식거리로 생각하지만 쌀, 밀,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4대 식량작물이다. 1845년에서 1852년까지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대기근이 감자 생산량의 감소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인류는 감자에 의존하고 있다.


감자는 약 7,000년 전 페루 남부에서 태어나 안데스 산맥 잉카인의 식량으로 쓰였다. 신대륙 발견으로 다른 많은 작물과 함께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유럽으로 퍼져 나가, 현재 전세계인이 사랑하는 작물이 되었다. 처음 유럽 사람들은 감자를 관상용 정원 식물로 키웠고 심지어 최음제로 오인하기도 했다. 또, 악마의 식물이라 하여 심한 배척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메마른 땅에 잘 자라는 데다 풍부한 탄수화물을 갖고 있어, 곧 유렵의 굶주림을 해결해주는 중요한 작물이 된다. 특히 18~19세기에 세계적으로 급격한 인구 증가가 발생했을 때, 감자는 싸고 실용적인 농작물로 자리 잡았다.


감자는 16세기경 네덜란드의 상인들에 의해 중국에 전래된 것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고 추정된다. 이규경(1788~1863)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1824~25년, 명천의 김씨가 북쪽에서 가지고 왔다는 설, 청나라 사람이 인삼을 몰래 캐가려고 조선에 들어왔다가 떨어뜨리고 갔다는 서이 소개되어 있다.


땅 속의 감자를 들어 올리면 '말에 다는 방울들이 모여 있는 것같이 생겼다'하여 마령서(馬 말 마 방울 령 감자 서) 라고 불렀는데, 감자는 '북방에서 온 고구마'라는 뜻인 '북방감저'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는 이름이다. 감자와 고구마는 생긴 모양이 비슷해 이름도 공유했지만, 전혀 다른 작물이다. 감자는 고추, 가지, 토마토, 담배와 함께 가짓과(Solanaceae)속하는 식물이다. 감자에서 식용하는 부위를 흔히 고구마처럼 '뿌리'라고 오해하지만 사실 줄기가 변해 만들어진 땅속줄기로, 고구마 뿌리와는 근본적으로 생성원인이 다르다.


감자는 영양과 효능도 좋은 편이다. 감자에는 수박이나 사과 같은 과일에 비해 칼륨이 4배 이상 함유돼 있다. 칼륨은 나트륨의 배출을 도와,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한국인에게 유익하다. 소금기 있는 음식을 금방 줄이기 힘든 당뇨 환자들이 감자를 다른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식물성 섬유질인 펙틴이 들어 있어 변비에 특효가 있다.


- 조선의 생태환경사

- 글쓴이 김동진

- 펴낸곳 도서출판 푸른역사

- 2017년 2월 28일 초판 2쇄 발행

- p189 ~ 191

조선의 생태환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