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와 문산 지역에서는 장단 콩을 내세운 두부, 비지, 콩국수, 청국장 등 콩 요리 음식점들이 성업 중이며, 매해 11월 중순에 시작하는 파주 장단 콩 축제는 20년을 넘기고 30년을 바라보는 성공적인 축제가 되었다.
우리나라 어디인들 콩 농사를 짓지않는 지역이 있으랴. 장 담그고 콩나물 키워 먹는 콩은 쌀과 보리와 더불어 어느 농가든 키우는 기본 품목이다.
통일촌이라 불리는 민통선 안의 마을에는 4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이곳에서 1990년대부터 콩 농사를 지어보니 기후와 토질이 콩 농사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콩의 질이 좋고 생산량도 흡족했다. 하지만 여전히 판로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콩 축제였다. 1997년 제 1회 장단 콩 축제를 여는데 대성공이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 건강식품으로 콩이 부각되었고, 중국산 콩이 아닌 국산 콩을 믿고 사고 싶어 하는 욕구도 한껏 커졌을 때였다. 게다가 바로 이 시기가 각 지역에서 축제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였다. 게다가 이곳이 어딘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민통선 안이다. 비무장지대에 대한 호기심, 오염되지 않은 청정 지역이라는 인식 등이 맞물려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여 주었다.
축제에 몰려와 콩을 사 가는 사람들은 주로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 할머니 들이다. 평생 부엌살림에 닳고 닳은 베테랑들이다. 그런 분들이 축제 때만 되면 배낭과 운동화로 단단히 준비하고 아침 일찍 버스를 대절하여 찾아온다. 장단 콩 축제는 바로 이러한 1990년대 베테랑 주부들의 요구와 부합하는 것이었다. 1년 먹을 국산 햇콩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 그것도 질 좋은 맛있는 콩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하지만 이 대목은 장단 콩의 전성기가 그리 길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요건이기도 하다. 이미 60년대 도시 주부들은 집에서 장을 담그지 않는다. 이들은 대개 생협이나 인터넷을 통해 좋은 메주를 구입한다. 그것도 힘들다 싶으면 그냥 잘 담근 장을 구해서 먹는다. 결국 장단 콩 축제의 고객은 점점 고령화되어 70대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메주를 꼭 자신의 손으로 쑤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세대, 생협 같은 친환경 농산물 유통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세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직거래를 선택할 능력이 없는 세대인 것이다. 이들 세대가 늙어서 더 이상 배낭 메고 관광버스 탈 기운이 없어질 때쯤 장단 콩 축제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 위대한 식재료 - 이영미 - 펴낸곳 (주)민음사 - 1판 1쇄 펴냄 2018년 7월 27일 - p99~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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