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콩

소와 철도와 미국의 자본주의 발전, capitalism 은 cattle 에서 유래

산들행 2020. 9. 12. 12:25

소는 자본주의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 '자본capital'의 어원도 얼마 전까지 가계 최고 재산이던 '소 cattle'에서 왔다. 언어적 기원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소는 현대인의 행동과 사고, 심지어 입맛까지 지배하는 자본주의를 이끌어낸 기관차 역할을 했다.



미국의 철도와 유럽의 철도는 개념이 달랐다. 유럽의 철도가 기존의 도시를 이었다면 미국의 철도는 사람이 없는 황무지로 뻗어나갔다. 철도가 기존의 도시를 이은 것이 아니라 철도가 깔리면서 도시가 생겨나고 사람이 몰려들었다. 미국은 황무지에 도시를 만들어주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철도 건설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미국 자본주의 핵심은 식민지 플랜테이션이 아니라 거대 장치 산업인 철도였다. 이 후 미국의 산업 발전은 눈부셨다. 자본·인력·설비가 유럽의 관문인 동부에서 서부로 본격적으로 이동했다. 소고기 부족에 아우성이던 영국의 금융자본은 미국의 철도 사업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영국에 더 많은 소고기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인디언과 버펄로가 사라진 미국 중서부를 차지한 것은 소였다. 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민자들이 공짜 초지를 찾아 서부로 쏟아져 들어왔다. 급속도로 확산된 가축 수송이 미국 철도 확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여기에 냉동기술도 발전하였다. 소 덕분에 미국의 세계 최장의 철도가 깔린 철도 왕국이 되었다.



미국 산업 발전을 이끈 철도 기업은 폐해도 적지 않았다. 과열된 철도 산업의 폐해는 공황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철도왕으로 불리던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와 철도 기업들은 록펠러(John D. Rockefeller)의 정유회사를 길들이려고 담합해 석유 수송 단가를 높였다. 그러나 록펠러는 파이프라인이라는 새로운 석유 운송 장치를 고안해 철도 기업들의 혀를 찔렀다. 파이프 라인의 등장으로 이미 과잉 상태였던 철도 주식 투매가 일어났다. 그 결과 은행과 철도 기업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공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공황의 원인을 제공한 록펠러는 오히려 이 시기에 기업을 사들여 미국 석유 생산의 95퍼센트를 독점하게 되었다.

시카고의 정육·포장 기업들은 소 1마리 도축과 포장에 몇 시간이 걸리던 복잡한 공정을 도살, 절단, 분류, 세척, 손질, 포장으로 구분한 뒤 모든 과정을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처리하는 방식을 고안해 냈다. 정육 포장은 대량생산과 분업화는 물론 제조 과정에 조합 공정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인류 최초의 산업이었다. 포드는 컨베이어 시스템의 영감을 시카고의 도축 공장에서 얻었다. 포드는 시카고 도축 공장의 소 해체 과정을 자동차 조립과정에 거꾸로 적용해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라는 자본주의의 정수를 선보였다.



소는 인간에게 자신의 이름cattle을 딴 자본주의capitalism를 선물했다. 미국의 철도 산업, 근대적 의미의 대기업 출현과 그에 따른 제2차 산업혁명, 대량생산을 이끈 포드형 생산방식 등 현대자본주의를 이끈 주요 사건들은 소와 깊은 연관이 있다.


- 음식의 경제사

- 권은중 지음

- 펴낸곳 인물과 사상사

- 초판 1쇄 2019년 9월 25일 펴냄

- p233 ~ 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