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은 어떻게 만드는 음식일까? 냉면 만드는 법에 관한 첫 기록은 아마도 빙허각 이씨가 1890년에 지은 《규합총서》일 것이다.
"동치밋국에 가는 국수를 만 다음, 무, 오이, 배, 유자를 저며 함께 얹고, 돼지고기와 계란 부친 것을 채 쳐 넣고 후추와 잣을 흩뿌리면 곧 냉면이다."
40년 뒤에 편찬된 《동국세시기》는 "메밀국수를 무김치나 배추김치 국물에 말아 돼지고기 얹은 것을 냉면"이라고 하였다. 고명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보다 사오십 년 뒤에 쓰인 《시의전서》에는 동치미 냉면과 장국 냉면의 두 가지가 등장한다. 동치미 냉면은《규합총서》의 내용과 대동소이하지만, "고기 장국 끓여 싸느랗게 식혀 국수 말고..."라고 설명한 장국 냉면이 눈길을 끈다.
20세기 초의 우리 요리를 집대성해 정리 소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책은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이다. 이 책은 상당한 인기를 끌어 여러번 인쇄되었는데, 1934년판은 1921년판의 전면 개정판 형태를 취하고 있다. 1921년판은 냉면을 '냉면'과 '동치미 냉면'으로 구분하고 있다. 두 냉면의 핵심적인 차이는 국수를 '무김치 말국'에 마는가 '동치밋국'에 마는가이다. 그런데 1934년판에서는 '겨울 냉면'과 '여름냉면'으로 구분법이 바뀐다. 겨울 냉면은 '김칫국'을 육수로 사용하는데 비해, 여름냉면은 '살코기로 끓인 맑은 장국'을 육수로 쓴다고 설명한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19세기 말 무렵부터 고기 육수를 사용하는 냉면이 등장하였으나, 1920년경까지도 보편화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1930년 무렵이면 여름에 먹는 냉면에는 으레 고기 육수를 사용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평양냉면의 레시피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였다. 한마당에서 1989년 영인 간행한 북한판 《자랑스런 민족음식》은 최근의 '평양냉면' 만드는 법을 이렇게 적고 있다.
"메밀가루와 감자 녹말을 5대 1의 비율로 중조를 넣고 익반죽하여 분통에 넣고 눌러 사리를 만들고, 소, 돼지, 닭을 함께 삶아 국물을 내고, 웃기로는 김치, 삶은 고기, 달걀지단, 배, 실파, 실고추를 얹고 겨자즙과 식초를 따로 낸다."
북한에서는 소중한 문화자산인 냉면의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레시피를 만들어 관리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단 하나의 레시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문헌에 따라 100% 순메밀을 사용한다고 하는가 하면 메밀의 양을 70%로 적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감자녹말의 배합 비율이 더 높아졌다. 자연스레 면의 색깔도 검은 빛을 띠게 되었다. 육수 만드는 법도 마찬가지로 변해 왔다. 꿩고기 육수를 최고로 치던 시기가 있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으니 이제 꿩고기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녹차냉면, 회냉면 등 전혀 다른 레시피의 냉면이 등장하고, 사리원냉면, 해주냉면 등 다른 지역의 냉면도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 평양냉면(식탁 위의 문학기행 2) - 지은이 김남천, 백석, 최재영 외 - 펴낸곳 가갸날 - 2018년 8월 15일 초판 1쇄 펴냄 - p8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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