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이야기

중국충칭가극무국원의 초연 무용극 '두보'를 보다

산들행 2019. 6. 9. 18:56

중국충칭가극무극원의 무용극 '두보'를 관람하였다. 한국에서는 초연이란다. 시와 무용이 결합하다니...., 중국 '두보'라는 시인의 삶도 가물가물한데 그의 시에는 까막눈이고 무용을 이해할리도 없는데 나는 왜 그곳에 앉아있었을까? 무엇을 기대하고 왔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스스로 대견하고 기특할 따름이다.


두보는 당나라 사람으로 중국 시문학사상 현실주의의 최고봉이자 중국시문학을 집대성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두보는 관료로서 황제를 보좌했다. 하지만 황제 현종은 양귀비에 빠져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국민들의 삶은 황폐해졌다. 백성은 굶주렸지만 귀족들은 낭비하고 사치하느라 바빴다. 반군이 일어나고, 입으로만 충신이었던 신하들은 도망쳤다. 관료들의 행태에 염증을 느낀 두보는 낙향하였고 시인의 삶을 살았다.         


춤사위로 알 수 있는 무용극의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청운의 뜻을 품고 진사시험에 응시하기 위하여 장안으로 떠나기 전 두보는 그의 아내와 애틋한 이별을 한다. 그러나 두보는 진사시험에 낙방하고 동료들의 조롱을 받는다. 전장으로 향하는 수레와 병사들이 나오고, 막내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모습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약자에게 군림하고 강자에게 아첨하는 관료들과 출세와 재물을 위해 명예와 양심을 파는 문인들의 행태도 절제되어 표현된다. 안사의 난으로 당조가 쇠퇴하고, 새로운 황제가 즉위하는 내용도 있으며, 권위를 잃은 나라의 살림을 약탈하는 벼슬아치들의 행태도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심리적인 갈등을 표출하고 드디어 두보는 자신의 꿈이 환상임을 깨달고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귀향하고 부인과 재회한다. 말년의 세월과 이루지못한 꿈들에 대한 감상도 흐른다.


 2막에서 '관직에서 물러나 저항시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고 나오지만 저항하는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에필로그로 '절경을 마주하고 걸작을 남긴다'는 자막이 나오지만 어지러운 한자만 흐르고 도데체 무슨 뜻인지 모르니 걸작인지 알지 못하는 것은 그걸 보고 있는 나뿐이었다. 


시인 두보의 생을 자세히 알아야 무용극으로서 스토리의 전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그의 시에 나타난 시대상황을 알아야 시를 무용으로 표현한 뜻을 알 것이다. 부족함으로 모르는 것이 많으니 대륙의 스케일도 느껴지지 않았고, 스펙터클도 느껴지지 않았다. 운남성에서 본 공연이 웅장하고 스케일이 컷는데, 그 기대감이 컸었나 보다. 하지만 중국의 무용극을 보았으니 나의 예술체험은 하나더 추가되었다 할 것이다.





두보 무용극에서 나왔던 여인행(麗人行)

https://youtu.be/I4t_UXvORjQ



  여인행(麗人行) : 미인들을 노래함 / 두보(杜甫)


三月三日天氣新(삼월삼일천기신) 삼월 삼짇날 날씨도 맑아
長安水邊多麗人(장안수변다려인) 장안 물가에는 미인도 많다
態濃意遠淑且眞(태농의원숙차진) 자태는 농염하고 뜻은 멀고 마음은 맑고 진실한데
肌理細膩骨肉勻(기리세니골육균) 피부 결은 섬세하고 기름지며 뼈와 살이 적당하다
繡羅衣裳照暮春(수나의상조모춘) 수 놓은 비단 옷 저문 봄 빛 비치면
蹙金孔雀銀麒麟(축금공작은기린) 금시로 공작새를, 은실로 기린을 수놓았네
頭上何所有     (두상하소유)       머리에는 무엇이 있는가
翠微盍葉垂鬢唇(취미합섭수빈진) 비취색 머리 장식 귀밑까지 드리웠네
背后何所見      (배후하소견)      등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珠壓腰衱穩稱身(주압요겁온칭신) 진주 박힌 허리띠에 온몸이 어울린다
就中雲幕椒房親(취중운막초방친) 궁중 휘장 안 황후의 친척에 나아가면
賜名大國虢與秦(사명대국괵여진) 대국 괵부인, 진부인의 명칭 내렸네
紫駝之峰出翠釜(자타지봉출취부) 자타지봉 팔진미 요리는 푸른 솥에서 나오고
水精之盤行素鱗(수정지반항소린) 수정 쟁반에는 흰 물고기 기어 다니네
犀箸饜飫久未下(서저염어구미하) 무소 젓가락 음식에 물려 오래도록 내리지 못하고
鸞刀縷切空紛綸(난도누절공분륜) 부엌칼은 잘게 자르는 데에 공연히 바쁘다
黃門飛鞚不動塵(황문비공부동진) 태감은 먼지도 일으키지 않고 황문에서 날듯이 달려가고
御廚絡繹送八珍(어주락역송팔진) 임금님 주방에선 끝없이 팔진미를 보내오네
簫鼓哀吟感鬼神(소고애음감귀신) 퉁소소리, 북소리 애달프게 울리면 귀신도 감동하고
賓從雜沓實要津(빈종잡답실요진) 손님이 많이 와도 실로 귀한 손님이라
后來鞍馬何逡巡(후내안마하준순) 황후가 타고 오는 말은 어찌 그리 느릿느릿
當軒下馬入錦茵(당헌하마입금인) 집에 당도하여 말에서 내려 비단 요에 든다
楊花雪落覆白蘋(양화설낙복백빈) 버들꽃 눈같이 떨어져 흰 부평초에 덮이고
靑鳥飛去銜紅巾(청조비거함홍건) 소식 전하는 푸른 새, 붉은 수건 물고 날아간다
炙手可熱勢絶倫(자수가열세절륜) 자수가열 권세가 대단하니
愼莫近前丞相嗔(신막근전승상진) 조심하여 가까이 말라, 승상께서 화내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