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국수에 대한 기록이 처음으로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세종실록》이다. 수륙재 때에 공양 음식으로 정면 淨麵을 올리고 있다. 이 정면의 재료는 메밀이었을 것이다. 한편 국수 조리법에 대한 기록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문헌은 《음식지미방》인데, 여기에는 다양한 국수가 소개되고 있다. 메밀가루로 된 면, 녹말로 만든 사면 絲麵, 밀가루로 만든 난면 卵麵이 그것인데, 이와 같이 조선시대에는 국수의 재료로 메밀가루·녹말·밀가루가 사용되고 있었다. 메밀국수·녹말국수·밀국수 중에서 귀한 국수는 밀국수였고, 왕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가장 보편적인 국수는 메밀국수였으며, 다음은 녹말국수였다.
밀가루는 중국의 화북에서 수입해왔기 때문에 진말 眞末이라 불렀다. 그리고 성례 成禮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할 귀한 식품 중의 하나였다.
국수의 일반 재료는 거의 메밀과 녹말이었다. 조선왕조 초기 세종대왕 때에는 궁중에서 메밀 소비가 많아 나라에 진공 進貢하는 메밀만으로는 부족해 경기도·강원도·충청도에 205섬을 더 할당시킬 정도로, 메밀 소비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많았다.
으뜸가는 국수 재료였던 메밀은 가루로 만들어 반죽한 것을 목판에 놓고 밀대로 얇게 밀어서 가늘게 실처럼 썰어 끊는 물에 삶아낸 다음 냉수에 담가 씻어 표면의 끈끈한 전분을 제거하고 호화 湖化의 진행을 막음으로서 발이 질긴 국수를 만들고 있다. 이른바 메밀칼국수이다.
일반적으로 메밀은 끈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13~15 퍼센트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 반면 점탄성이 없어 잘 끊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단점을 보완해주는 것이 연결재로 쓰는 밀가루·녹말·달걀이며, 반죽할 때 뜨거운 물로 반죽해 녹말을 호화시켜 점탄성을 높인다.
1600년대 말경의 메밀국수 만드는 법을 설명하면, 메밀에 녹두를 약간 섞어 가루로 만들어 더운물로 반죽해 면본으로 눌러 국수를 뽑아 끊는 물에 삶아낸 다음 냉수에 행구어 건져 물기를 뺀다. 국수 그릇에 국수를 담고 장국을 부어 곱게 다져서 볶은 꿩고기를 교태(웃꾸미)로 얻는 것이다. 소위 압착식 국수법이다.
압착식 국수는 녹두분말을 많이 사용했다. 반죽을 구멍 속으로 밀어내어 열탕 속에 국수발이 바로 들어가 호화하게 하여 강한 점성의 국수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국수를 사면 絲麵 또는 세면 細麵이라 하였다. 《음식지미방》에서는 녹말과 밀가루를 3 : 1의 비율로 하여 사면을 만들고 있지만, 당시 궁중에서는 녹말 100퍼센트로 사면을 만들었다.
조선시대의 국수 재료가 녹두·메밀· 마·칡·동부·수수·팥·율무 등 다양했다고 하지만, 주된 국수 재료는 역시 메밀이었다. 메밀은 서민에서부터 왕에 이르기까지 애용해 먹는 국수 재료가 되었다. 조선왕조 궁중연회식 의궤상 에 등장하는 국수의 대부분은 메밀국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 조선시대의 음식문화
- 김상보 지음
- 펴낸곳 도서출판 가람기획
- 초판 2쇄 2006. 11. 15
- p195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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