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지역에서 설탕이 단맛의 주요 공급원이 된 것은 20세이후이다. 저렴한 단맛으로는 찹쌀이나 멥쌀 혹은 조 등 곡물에 엿기름을 섞어 조청이나 갱엿 등이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식혀도 굳지 않는 조청은 대표적인 전통 감미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제시대에 설탕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는 일본의 동남아 식민지로부터의 설탕 재배와 제당산업의 발전과 깊이 관련된다. 특히 일본의 소비시장이 팽창하여 제과산업, 빙과산업, 식품산업 등이 발달하면서 설탕의 소비가 급증했다. 일제 식민지 시기 동안 한반도에서도 제과산업과 빙과산업이 발달했고, 이는 설탕 소비의 증가로 이어졌다. 소위'아이스케끼'라고 불리는 얼음과자가 널리 퍼졌다. 1930년대 소형 동력기를 이용해서 만든 1전짜리 아이스케끼가 등장하면서 설탕 수요가 급증했던 것이다. 제과업과 빙과업이 성장하여 한국인들의 설탕 소비도 증가했다.
하지만 설탕 소비가 본격적으로 된 것은 1950년대 이후이다. 6.25 이후 미국으로부터의 원조 프로그램을 통해 밀가루, 면화. 그리고 원당이 수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위 삼백산업이 시작되고, 이는 관련 산업 및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미국의 원조 프로그램을 통해 원당이 수입되면서 한국의 제당산업이 출범하였다. 1953년 제일제당이 국내 최초로 1일 생산량 25톤 규모의 제당공장을 건설하였다. 이어 1954년에 동양제당과 한국정당이, 그리고 삼양사가 제당공장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제당산업 발전이 시작되었다.
설탕 소비의 증가는 '쌀 소비 억제'와 '밀 소비 증진'이라는 1950년대 이후 국가의 식량 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예컨대 1957년 교과서에 식빵의 요리법이 등장했다. 식빵 만드는 법은 밥 대신 밀가루 소비를 권장하는 정부의 절미 정책을 반영한 것이었다. 빵은 기본적으로 설탕을 사용하는 식품이었다. 새로운 근대적 식품의 도입은 원조로 제공된 밀과 설탕의 결합을 낳았던 것이다. 특히 생활개선운동은 분식을 강조했는데, 흥미롭게도 국수가 아니라 빵, 비스킷, 샌드위치 등을 권장했다.
설탕 소비 확대의 또 다른 길은 정부 주도나 도시 중산층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설탕 활용을 통해 진행되었다. 이를 이은희(2018)는 "전통을 새롭게 해석해서 전통 음식과 잘 어울리게 하는 요리법"이라고 표현했는데, 특히 전통적인 매운맛을 설탕과 조합시키는 방식이 눈에 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떡볶이이다. 1950년대 이전까지 떡볶이는 가래떡에 채소와 고기를 넣어 간장으로 양념을 한 음식이었는데, 간장 대신 고추장이 들어가고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설탕이 추가되었다. 이후로는 이렇듯 소위 매콤달콤한 음식이 새로운 한국인의 맛으로 떠오르게 되었는데, 낙지볶음이나 제육볶음 같은 음식들이 해당된다. 매운맛에 설탕의 단맛이 함께 곁들여지며 '한국인의 맛'이 되었던 것이다.
설탕의 한국적 활용은 값싼 설탕이 공급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설탕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가정에서 설탕은 상용 조미료가 되었다. 1980년대 중반까지 가정에서의 설탕 소비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불고기와 갈비의 경우 간장과 설탕에 재우는데, 그 비율은 1 대 1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이 점점 더 단것을 선호하게 되면서 설탕류를 더 많이 넣고 있다. 설탕을 포함하여 하얀색을 띤 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확산되면서 가정용 소비는 줄었는데, 대신 가공식품을 통한 숨겨진 소비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 음식과 사회, 사회적으로 먹기
- 김철규 지음
- 펴낸곳 세창출판사
- 초판 1쇄 발행 2020년 2월 20일
- p13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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