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타작하는 것을 보며[觀打麥]
- 이승소 -
보리밭에 수확 철 되니 더운 기운 맑아지고,
누렇게 익은 보리 베어 나르노라 어깨가 붉게 탔네.
밭에 있던 보리 날라다가 낟가리 쌓아놓고,
마당을 손바닥처럼 평평하게 쓸었다.
편을 갈라 마주 선 사람 모두 웃통 벗고서는,
소리치며 동작을 맞춰 힘차게 내려치네.
그대여 일 년간의 즐거운 일 모름지기 기억하라,
이로부터 온갖 곡식 익어 차례로 풍년 되리.
<觀打麥> 李承召(1422~1484, 三灘集)
麥壟秋生暑氣淸, 黃雲割盡擔肩頳.
已將棲畝如梁積, 且復除場似掌平.
對立分曹皆袒裼, 急呼齊擊太猩獰.
一年樂事君須記, 從此嘉生次第成.
• 黃雲…: 누렇게 익은 벼나 보리를 표현하는 시어이다.
猩獰: 모질게, 거칠게.
보리 베기 노래[刈麥行]
- 성현 -
못에는 어둑어둑하게 갈대가 자라기 시작하고,
밤나무에는 꽃이 피어 쥐꼬리처럼 드리웠다.
마을마다 보리물결 푸르게 바람에 일렁이더니,
온 이랑이 점차 변해 누런 구름으로 일어나네.
누런 보리가 아득히 흔들려 흐르는 것처럼 보이니,
마을의 오월은 흡사 늦가을 기분일세.
자고새는 꾹꾹대며 울고 뻐꾹새는 울음 그치고,
먹물을 엎질러 놓은 듯 검은 구름 아득하다.
농부는 낫 차고 부녀자는 바구니 갖추고,
온 집안 식구가 모두 바쁘게 허둥지둥.
아침부터 위 밭으로 다시 아래 밭으로 다니며,
긴 노래 짧은 가락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누나.
보리이삭 단 지어 양어깨가 붉어지도록 날라서,
마당에서 온종일 보리 타작소리 들리네.
휭휭 탁탁 하는 소리 남북이 서로 응하는데,
쭉정이 까부르고 나서 죽을 쑤니 쌀밥과 맞먹는다.
농가에는 즐거움 있고 괴로움도 있으니,
반은 집으로 들이고 반은 세금으로 바쳐야하네.
되질 말질 미쳐 해보기도 전인데,
아전이 마을 앞을 지나면서 외쳐대누나.
<刈麥行> 成俔(1439∼1504, 虛白堂集)
池塘黯黯初生葦, 栗木放花垂鼠尾.
千村麥浪綠搖風, 滿畝漸變彤雲起.
彤雲迢遞望如流, 村中五月如深秋.
竹鷄鉤輈布穀歇, 雲天飜黑玄悠悠.
農夫腰鎌婦具筐, 擧家遑遑十指忙.
朝從上隴復下隴, 長歌短謳相低仰.
將穗成束雙肩赬, 登場盡日聲彭彭.
彭彭魄魄應南北, 簸糖熬粥當香粳.
田家有樂亦有苦, 半輸私家半公賦.
聚升裒斗計未成, 里胥經過叫前路.
• 刈麥行: 보리 베는 과정을 노래한다는 뜻.
麥浪: 보리 이삭이 한창 패서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쓸리는 모양을 푸른 물결에 비유한 말. 柳宗元의 ‘聞黃鸝’ 시에, “천리가 아스라이 탁 트여라 산하는 없는데, 보리 이삭이 하늘가 닿게 푸른 물결 일렁이네 [目極千里無山河, 麥芒際天搖靑波.].”라고 하였다(柳河東集 卷43).
彭彭 魄魄: 휭휭 탁탁, 보리를 터는 소리를 형용한 것이다.
보리 베기 노래[刈麥謠]
- 이달 -
농가의 젊은 아낙 저녁거리가 없어,
비 맞으며 보리를 베어 숲길로 돌아왔네.
생나무라 축축해서 불도 안 붙는데,
문에 들어서자 어린 것은 칭얼대며 옷자락 당기네.
<刈麥謠> 李達(1539∼1612, 蓀谷詩集)
田家少婦無夜食, 雨中刈麥林中歸.
生薪帶濕煙不起, 入門兒女啼牽衣.
보리타작 노래[打麥詞]
- 이민성 -
다랑논에는 피가 많이 났고,
구렁논 역시 잡초가 우거졌네.
농가들이 어찌 힘들지 않겠나,
유월이라 집에는 사람이 적구나.
보리가 익어서 남쪽 밭의 수확이 급하니,
품꾼들 배불리 먹고 허리에 낫을 차고 간다.
초승달 같은 낫에 서슬이 번득이고,
베어 넘긴 보리가 많기도 하다.
짧고 긴 보릿단이 담장처럼 쌓이지만,
남겨진 이삭은 가난한 집 여자에게 도움이 되지.
다발을 지어 흰 나무자루로 꿰어 드는데,
맑은 날 하늘에서 벽력소리 요란하구나.
아이고, 그 소리는 산을 울리고,
비둘기 울고 컴컴해지며 앞산에 비 내린다.
마음이 급하고 여유가 없이 목은 타들고,
자루 밑바닥의 도시락에 반나마 흙이 들었네.
보리쌀 잘 까불려서 관가 창고로 보내니,
해를 넘기기에 잠시 여유가 생겼구나.
농가는 비록 괴롭지만 즐거운 때도 있어,
배불리 먹고 누워 일 년 내내 배를 쓸게 되었다.
다만 원하는 것은 관가에서 뺏어가지 않기를,
해마다 이 괴로움은 길어만 지는구나.
<打麥詞> 李民宬(1570∼1629, 敬亭集)
高田多稂莠, 窊田易魯莽. 田家豈不苦, 六月少在戶.
麥老南疇收正急, 傭徒飯腹腰鎌去.
鎌如初月翻霜鍔, 割盡黃雲應幾許.
短秉長束積如堵, 滯穗更利貧家女.
編條橫貫白木柄, 晴日空中霹靂怒.
伊邪聲促響山精, 鵓鳩啼黑前峯雨.
心忙不暇戀飢渴, 橐底壺飧半成土.
十分精簸送官倉, 卒歲且有贏餘數.
田家雖苦有樂時, 飽臥終年帶鬆肚.
但願官家不奪時, 歲歲年年長此苦.
• 莠 : 유(莠)의 원뜻은 강아지풀, 고들빼기이지만 시에서는 논에 나는 피를 이른다.
更利: 이로운 점이 많다, 이로운 점이 있다.
魯莽: 성질이나 재질이 무디고 거침, 莽에는 풀, 잡초가 우거져 있다는 뜻이 있다.
壺飡: 밥이나 따뜻한 음식을 담은 병, 도시락이다.
金俊根의 기산풍속도, 타맥
보리 베기 노래[刈麥詞]
- 신후재 -
오월이라 남풍 불고 날씨가 따듯한데,
허리에 낫을 차고 들판에서 보리를 벤다.
어깨에 메고 저녁에야 돌아오는데,
마누라와 아이들이 웃으면서 사립문 열며 마중하네.
얼른얼른 타작마당에서 두드려 까부르니,
밥에 보릿겨가 있어도 어찌 꺼리랴.
불 켜놓고 밤중에 이야기 나누기를,
내일 새벽에는 괭이 메고 남쪽 밭에 가야겠네.
<刈麥詞> 申厚載(1636~1699, 葵亭集)
五月南風天氣暖, 腰鎌野外黃雲斷.
頳盡擔肩晩歸來, 婦兒迎笑柴門開.
忽忽打取略簸揚, 作飯那嫌中有糠.
松枝爇火夜相語, 明曉荷鋤南畒去.
• 南風: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개풍, 마파람, 앞바람
보리 베기 노래[刈麥行]
- 김이만 -
사월 오월 날씨가 따듯하더니,
누런 구름이 땅에 깔리듯 보리가 익기 시작하네.
북쪽 교외 긴 십리 여에,
높고 낮은 많은 밭둑이 숲처럼 빽빽하구나.
부잣집은 농익어도 보리 베는 것 늦고,
가난한 사람은 반만 익어도 서둘러 베어 들인다.
부잣집은 묵은 보리가 아직도 곳간에 있는데,
가난한 집의 햇보리는 섬을 채우지도 못하네.
가난한 집은 봄마다 항시 주려서 괴로워하지만,
부잣집에서는 개까지도 고기를 먹는다지.
죽을힘을 다해 보리 수확을 기다렸지만,
얼마나 그 뱃속에 들어갈까.
관창에 체납된 조세가 쌓여 있는데,
그 반을 상환하기에도 부족하구나.
아아, 백 마지기 나라 땅[井田]을 짓는 사람들 중에,
가난하건 부자건 곡식이 넉넉한 사람이 이리도 없단 말인가.
<刈麥行> 金履萬(1683~1758, 鶴臯集)
四月五月天氣燠, 黃雲遍地麥初熟. 北郊延袤十里餘, 高下萬畦森如束.
富家爛熟刈自遲, 貧家半熟刈何速. 富家舊麥猶在囷, 貧家新麥不盈斛.
貧家一春恒苦飢, 富家之犬猶飽肉. 忍死待麥秋, 幾何入余腹.
官倉有積逋, 太半償不足. 噫嗟嗟安得井田人百畝, 人無貧富有餘穀.
• 井田: 井田法, 맹자가 처음 설했고, 1리 4방의 토지를 정(井)’자 모양으로 9등분하여, 주위의 8구획은 8호(戶)의 집에서 각기 사경작하고, 중심의 1구획은 공전(公田)으로서 8호가 공동으로 경작하여 정부에 바치는 조세로 할당한다.
安得: 어디에 서 ~을 얻으랴, 어찌 ~일 수 있으랴.
李昉運의 풍속도
보리타작 노래[打麥幸]
- 정약용 -
새로 거른 막걸리는 젖빛처럼 뿌옇고,
큰 사발 보리밥은 높이가 한 자.
밥 먹고 나서 도리깨 잡고 마당에 서니,
검게 탄 양어깨가 햇볕에 번들거린다.
엇차, 소리 내어 발맞추어 두드리니,
삽시간에 보리 이삭이 마당에 질펀하다.
주고받는 노래 소리 갈수록 높아지고,
보이는 것은 지붕 위로 나르는 보리뿐.
그 얼굴을 살펴보니 뭐가 그리 즐거운지,
생활 위해 노동하는 마음만이 아니구나.
안락하고 즐거운 땅이 멀리 있는 게 아닐진대,
이다지도 괴로운 풍진세상의 나그네 될 것인가.
<打麥行> 丁若鏞(1762∼1836, 與猶堂全書)
新篘濁酒如湩白, 大碗麥飯高一尺.
飯罷取耞登場立, 雙肩漆澤翻日赤.
呼邪作聲擧趾齊, 須臾麥穗都狼藉.
雜歌互答聲轉高, 但見屋角紛飛麥.
觀其氣色樂莫樂, 了不以心爲形役.
樂園樂郊不遠有, 何苦去作風塵客.
• 屋角: 지붕의 모서리, 곧 용마루 끝.
聲轉高: 소리가 옮겨 높다.
紛飛麥: 어지럽게 날리는 보리.
形役: 마음이 육체의 부림을 당함. 또는 공명과 잇속에 얽혀 본심을 지키지 못하고 생활 방편에 매임. 도연명의 ‘歸去來辭’에, “이미 스스로, 마음으로 몸에 사역했으니 곧 내 허물인 바, 어찌 근심하여 홀로 슬퍼하고만 있으랴[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心爲形役.].”라 하였다.
보릿가을의 노래[麥秋賦]
- 이곤수 -
홰나무 그늘 짙어지고 훈풍이 불면,
나무에서 이는 바람소리 더욱 맑아진다.
여름이 이르러 절기가 안배되면,
꾀꼬리는 울고 햇볕은 곱구나.
이 달이야말로 보리가 익어서,
농가에선 따로 책력에 표시한다네.
풍년을 기약하듯 한 줄기에 두 이삭이 드리워졌고,
마치 가을 같은 기운을 알게 하누나.
아홉 달을 기다려서 마당을 깨끗이 하니,
보리 사월이면 수확할 때가 가까웠네.
긴 겨울을 지내고 뿌리에 기탁해서,
따듯한 봄이 되어서야 이삭을 토했구나.
바라보면 푸르고 푸른 보리가 언덕에 있는데,
백곡 중 가장 빼어난 곡식이라.
때는 남쪽 시골의 여름철이요,
그리고 하늘은 맑고 높은 철이구나.
누렇게 익은 매실이 윤기 나고 더위가 물러나면,
고운 베옷 바람에 날리고 서늘함을 맞이한다.
미풍이 소리 내며 석양에 부니,
북쪽 창가에 서늘한 바람이 스쳐가기도 한다.
섬돌에는 떨어진 이슬방울이 없고,
홀연 누른 구름이 들판에 깔렸구나.
매미는 맴맴 대며 울고,
귀뚜라미가 집안으로 들어와서 놀라네.
농사노래는 사방의 들판에서 들리고,
검붉게 덮인 것이 바로 거두어들여야겠구나.
밭둑의 파는 향기롭고 점심밥을 짓는데,
마당 밭의 푸성귀는 아침에 땄네.
그때에 보리를 타작마당에 들여오니,
가을이라 말해도 좋겠구나.
갈대 재로 계절을 재는 것도 아니고,
우물의 오동잎으로 먼저 가을을 암과도 다르다.
서쪽 하늘은 큰 불난 것처럼 비치니,
어느새 구월이 된 듯싶었네.
무더운 구름 모여서 흩어지지 않아,
그 때를 말하면 바로 여름이다.
보리를 타작한다는 소식으로,
마치 가을철인 듯 생각이 들었었네.
때는 아직 기러기가 지나기는 멀었지만,
세월의 공교로움이 신기하기만 하구나.
언덕에는 보리가 잘 자랐고,
문득 바라보며 소리치니 수확 철이로구나.
거두어들여 타작할 땅은 널찍하게 말렸으니,
비록 가을이 아니라도 마치 가을철 같았다.
농사꾼이 내게 거둘 때라고 알리며,
푸른 보리물결을 가리키며 누른 꽃이라 말하네.
풍년을 기약하는 흰 눈을 이미 보았고,
계절은 이제 보리를 거두어들이게 되었다.
벼와 삼보다 먼저 이삭이 나오는데,
상서로운 우리 보리가 그동안에 무성하구나.
길조를 나타내는지 청개구리 울어대고,
가을의 신이 보리수확철인 오월로 인도하네.
여름의 논둑을 바라보니 잡초가 무성하고,
아직도 논갈이를 마치지 못했구나.
앞마을에서 보리타작 노래가 들리고,
보리밭 밖에는 모두 여름이구나.
무성한 위 논 아래 논 할 것 없이,
바람소리는 이미 가을을 기약하네.
토지 신에게 노래와 북소리를 올리니,
가을이 성큼 더 다가오는구나.
<麥秋賦 課試比較○丙午> 李崑秀(1762∼1788, 壽齋遺稿)
槐陰濃而薰飈, 聲在樹而凝淸. 朱明届而按節, 黃鳥鳴而媚陽.
是月也而麥黃, 別有曆於農家. 撟兩歧之垂穎, 認一氣之如秋.
三秋後而滌塲, 麥四月而爰採. 經大冬而托根, 歷陽春而吐穗.
瞻靑靑之在陵, 最靈秀於百糓. 時南郊之司令, 乍玉宇之澄廓.
黃梅潤而辟暑, 細葛飄而迎凉. 微風颯而夕起, 是何氣於北窻.
無白露之滴堦, 忽黃雲之遍野. 鳴蜩亦其喞喞, 怳蟋蟀之入戶.
農謳歇於四郊, 繄幪幪之是穫. 畦蔥香而午炊, 園葵熟而朝摘.
麥斯時而登塲, 謂之秋也亦宜. 非葭灰之測候, 異井梧之先秋.
西天映以大火, 定授衣於何時. 蒸雲堆而不流, 語其時則南維.
乘大麥之告登, 得素秋之流輝. 時尙遠於鴈過, 工已訖於兕稱.
丘有麥而克秀, 奄已觀乎西成. 收登地而爽塏, 雖非秋而亦秋.
農人告余秋及, 指綠浪曰黃華. 曾三白而驗豐, 節何待於納稼.
先禾麻而發穎, 嘉我麥之旣茂. 徵上瑞於蟈鳴, 導金神於鶉火.
瞻夏畦之有菀, 尙未了於耘耔. 前村歌以打麥, 麥畒外則皆夏.
繽上田與下田, 宛颯颯有秋意. 歌土鼓而賽神, 秋一番而又至.
• 丙午年: 1786년이다.
麥秋: 보릿가을, 익은 보리를 거두어들이는 일.
司令: 사계 기후를 지배하는 기(氣)이다. 1년은 사계(四季)로 나뉘어져 있는데, 봄에는 춘기(春氣), 오행의 기(氣)는 목기(木氣)이고 여름에는 하기(夏氣), 오행의 기(氣)는 화기(火氣)가 지배하고 가을에는 추기(秋氣), 오행의 기(氣)는 금기(金氣)이고, 겨울에는 동기(冬氣), 오행의 기(氣)는 수기(水氣)를 관장한다. 이를 계절의 사령이라 한다.
玉宇: 천제(天帝)가 사는 집이라는 뜻으로 ‘하늘’을 이르는 말.
朱明: 태양이 붉게 빛난다는 뜻에서 여름을 달리 이르는 말.
兩歧: 한 줄기에 두 개의 이삭이 달린 보리를 가리키는데, 풍년이 들 상서로운 조짐으로 여겼으며, 관리의 탁월한 치적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三秋: 아홉 달, 양력10월에 보리를 파종하면 아홉 달만인 양력6월에 수확을 하게 된다.
葭灰: 옛날에 절기를 관찰하던 법의 한 가지로 옥으로 만든 12개의 율관(律管) 끝 부분에 갈대를 태운 재를 넣어서 밀실 안 목안(木案) 위에 안치해 놓았다가 해당 절기의 재가 날면, 그 달이 되었음을 안다.
北窻: 은거하여 혼자 즐기는 사람.
素秋: 가을.
井梧: 가을이 오면 오동잎이 가장 먼저 떨어지므로, 가을이 온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授衣: 음력 9월을 달리 이르는 말, 겨울옷을 준비함.
爽塏: 높고 확 트이고 건조하다.
南維: 남녘, 남쪽의 붉은 별, 여름 해.
西成: 가을걷이, 수확 철.
三白: 음력정월 사흘 동안 내린 눈, 또는 흰밥과 무와 백비탕을 가리킴.
納稼: 곡식을 수확함, 곡식을 바침.
金神: 西方神, 가을의 신.
鶉火: 별자리 이름, 석문(釋文)에, “午月에는 해와 달이 순화(鶉火)에 모인다고 하였다.” 午月은 곧 5월을 의미한다.
土鼓: 중국 주나라 때에 쓰던 타악기로 흙을 구워 만든 틀에 가죽을 대었으며, 풀을 묶어 만든 북채로 친다.
보리씨 뿌리는 노래[種麥行]
- 이학규 -
벼를 거두려 바로 도랑을 트고서,
보리씨 뿌리노라 일찍 베었다.
경기도는 땅이 박하고 추워서,
봄이 되면 마른 흙덩이를 깨야한다.
봄에 씨 뿌려 햇볕에 마르며 자랐으니,
북쪽사람들 괴로운 기색이 없다.
남쪽지방은 세금이 무거워서,
땅들이 쉴 틈이 없다네.
북쪽 종자는 여름에 값이 나가는데,
알이 성글고 단단하다.
남쪽 종자는 한 말에 십전이나 하고,
풍속에 향도(香稻)에 짝한다지.
남쪽 백성들 절로 병들어 초췌하고,
부지런히 김매기를 하지 않는다.
누가 북쪽처럼 볍씨를 뿌리려 하나,
모두 남쪽처럼 모내기를 한다네.
<苽亭紀事詩 種麥行> 李學逵(1770∼1835, 洛下生集)
穫稻卽疏澮, 種麥絶早刈. 京畿地苦寒, 當春破旱凷.
春種動晒乾, 北人無苦顔. 南方賦稅重, 土田無蹔閑.
北種値夏令, 子粒疎而硬. 南種斗十錢, 風俗香稻幷.
南民自瘁癄, 不在勤耕穮. 誰將北種田, 徧揷南種苗.
• ○ : 穮…과 동자, 說文解字, “槈鉏田也.”
香稻: 쌀에서 군내가 나는 벼 품종.
夏令: 夏季. 北種田·南種苗: 북쪽지방의 벼 직파법과 남쪽지방의 벼 이앙법을 말한다.
金俊根의 기산풍속도, 밭 갈고 씨 뿌리기
농가의 보리타작을 바라보며[望見村家打麥]
- 정원용 -
작년 가을 추수는 흉작이어서,
농촌에 여축한 곡식 항아리 비었다.
농부가 하는 일은 해를 이어서,
곡우가 되니 봄갈이 하누나.
밭 갈고 봄보리 씨 뿌리니,
봄의 언 땅에서 가까스로 싹이 돋네.
초여름 되어 흙 위로 자라서,
눈을 쓴 채로 무성하게 자랐구나.
오월에는 가뭄이 걱정이고,
유월에는 축축한 안개가 시름주네.
중복 무렵에 이삭이 숙어서,
껄껄대고 웃으며 걱정을 덜었다.
산밭에서는 풋보리를 손으로 따고,
들밭에서는 베어서 단을 짓는다.
사방에서 우차가 나오고,
어깨로 져내도 일손이 부족하다.
장정의 낫질은 나는 듯하고,
젊은 아낙의 광주리는 벌써 가득하구나.
휘둘러 내리치니 알곡이 비처럼 쏟아져서,
잠깐 사이에 마당에 쌓이네.
휭휭 그리고 다시 탁탁,
앞소리가 뒷소리에 이어지네.
일 년 내내 배부른 것에 즐거움이 있는데,
어깨와 팔이 볕에 타는 것을 어찌 마다하랴.
마을의 방아는 밤까지 절구질 급하고,
어제 타작해서 오늘 밥을 해 먹는다.
수북한 밥에 숟가락은 주발 옆에 놓였고,
바가지 띄운 동이에는 술이 넘쳐흐른다.
늙은이는 지팡이 짚고 바라보고,
어린아이는 짚을 깔고 잠들었다.
개가 웅크리고 닭은 쪼며 다니고,
울타리 나무는 저녁밥 짓는 연기에 싸여있네.
세금으로 낼 곡식 가량하고,
시장에서 물고기와 소금 살 것을 가늠한다.
산듯하게 갠 들판을 바라보니,
기장과 조도 풍년이 점쳐지네.
말하자면 그대들 농부의 경사이고,
우리네 벼슬아치에도 좋은 때이지.
더구나 정사를 펼침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즐거움 역시 이루 헤아릴 수 없구나.
<觀德堂, 望見村家打麥, 口吟十絶.> 鄭元容(1783~1873, 經山集)
前秋穡功儉, 村儲乏甖甁. 農夫興嗣歲, 穀雨方春耕.
耕田播麥子, 春凍勒抽芽. 孟夏方出土, 幪幪帶雪華.
五月惜旱乾, 六月愁陰霧. 中庚穗如垂, 嚇嚇釋憂懼.
山田手摘靑, 野田刈成束. 四隣出牛車, 肩機輸不足.
健夫鎌如飛, 少婦筐已盈. 揮打粒如雨, 須臾積圃塲.
彭彭復腷腷, 前聲應後聲. 樂在終歲飽, 寧辭肩臂頳.
村碓夜舂急, 昨打今已飧. 飯高匙列椀, 酒溢匏泛盆.
老翁扶杖觀, 穉兒藉藁眠. 狗蹲鷄行啄, 籬樹籠夕烟.
計斛輸賦稅, 把斗市魚鹽. 新晴望原野, 黍粟又豐占.
曰汝農夫慶, 適我爲吏時. 縱愧張堪政, 樂亦不可支.
• 耕田播麥子: 보리에는 가을보리[秋播麥]와 봄에 심는 봄보리[春播麥]가 있다.
中庚: 중복을 달리 이르는 말.
摘靑: 나무새를 뜯다, 아직 덜 익은 과일을 따다.
보리타작 노래[打麥歌]
- 이시원 -
내 듣기로 일하는 사람은 그 일을 노래한다는데,
농가에서 일하기 힘들기로 보리농사만한 것이 없네.
늙은이 도리깨질 하노라 굽은 등이 검게 타고,
장남은 낫 갈아들고 벌건 다리로 돌아다닌다.
누른 흙먼지 떠돌아 한낮인데도 어둑하고,
홰나무 두렁에서 전쟁소리가 날아다니네.
농가에서 이 곡식이 타작하기 가장 어려워서,
낱알마다 신고가 쌓이지 않은 것이 없어라.
밭머리 이삭은 안개비로 습한 것 꺼리고,
등에는 보리까락이 벌침마냥 쏜다.
부잣집에서 술과 고기에 햇곡식만을 먹지만,
서쪽 밭둑에서 식은땀 흘린 것을 그 누가 알랴.
푸르고 누른 반 톨도 먹을거리 노릇을 하는데,
궁한 계절에 항아리에 가득하면 걱정할 일 없지.
올해는 하늘이 크게 돌봐 주셔서,
지나는 마을마다 농사노래가 끊이지 않는다.
꾀꼬리는 기쁨을 알리고 자고새는 춤추는데,
보리 베는 소리 나는 가운데 타작마당 열렸구나.
작년에는 굶주려서 팔에 힘이 없더니,
마을에서 가리고 고른 상등 일꾼들이지.
불타는 듯 뜨거운 햇볕 하늘에서 내리쬐고,
솔솔 훈훈한 바람이 양 겨드랑이에서 나네
아이 불러 버들그늘에서 점심을 재촉하고,
품일 온 아낙은 수건으로 이마를 반나마 감쌌다.
먼지 같은 겨, 비처럼 알곡이 서로 부딪치니,
그 장한 모습이 초한(楚漢)전쟁과 어떠하냐.
번드쳐 공중에서 와서 급한 천둥소리를 내며,
마당 한가운데를 치고 가니 두터운 땅이 갈라진다.
평생의 기력을 이때에 다 쓰니,
그대는 외상술 갚는 공을 아까워 말라.
마당에 올라 타작기술 익숙함을 자랑하는데,
아래 위 있고, 고르지 않음이 너무나 당연하지.
만일이라도 지푸라기 속으로 알곡이 들어갈까,
몸에 도롱이 입어야할까 걱정스럽네.
풍속도에 이것도 더하면 좋을 터이니,
농부의 노래만으로 그 모습을 어찌 설명할 수 있으랴.
<打麥歌. 效塲屋體, 示兒曹.> 李是遠(1789~1866, 沙磯集)
我聞勞者歌其事, 作苦田家莫如麥.
老翁理耞傴背黑, 長男磨鎌跣脚赤.
黃塵浮動白日昏, 戰塲聲翻槐葉陌.
農家此穀最難打, 粒粒無非辛苦積.
田頭穗忌霧雨濕, 背上芒如蜂蠆螫.
朱門酒肉但食新, 豈識西疇流汗白.
靑黃半粒作役糧, 窮節甁盎朝不夕.
貽年天意慶莫大, 度嶺村謳憂盡釋.
黃留告喜竹鷄舞, 銍艾聲中場圃闢.
經年阻飢臂無力, 揀選村中侯亞伯.
炎炎畏曦曝中天, 習習薰風生兩腋.
呼兒柳樾促點心, 借婦綦中裹半額。
塵糠雨粒互攻擊, 壯觀何如楚漢壁.
飜來空裏急雷響, 掠去庭心厚地坼.
平生氣力此時盡, 貰酒酬功君莫惜.
登塲手法詑鍊熟, 高下平斜皆有適.
如令藳裏入顆粒, 恐負身邊被襏襫.
豳風圖上此可添, 那得農謳說前席.
• 朝不夕: 朝不慮夕, 아침에 저녁 일을 생각하지 못한다, 즉 앞일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留: 鳥名, ?正韻?, “栗畱, 黃鳥”. 場圃: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채소밭, 시에서는 타작마당을 말하는 듯.
地坼: 도리깨로 보리타작을 하는 모습이다.
豳風: 《시경》「국풍(國風)」의 편명(篇名). 주(周)나라 주공(周公)이 나이가 어린 성왕(成王)을 등극시킨 뒤, 백성들의 농사짓는 어려움을 인식시키기 위하여 지었다.
金俊根의 기산풍속도, 보리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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