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는 벼에 비하여 껍질이 두껍고 단단하기 때문에 방아 찧는데 시간이 훨씬 많이 필요하다. 벼는 쌀알이 깨지기 쉽기 때문에 디딜방아나 물레방아를 주로 사용한다. 벼를 연자방아로 찧으면 낟알이 부서지는 것이 많고 찧어지지 않는 뉘도 많이 생간다. 그러나 보리는 연자방아로 찧어도 낟알이 부서지는 예가 거의 없다.
연자방아로 보리를 찧을 때는 겉껍질이 잘 벗겨지도록 하기 위해 물을 축여서 방아를 돌렸다. 이를 "넘군다"라고 한다. 물기를 먹여 알곡들 간의 마찰력을 크게 함으로써 잘 찧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겉보리의 경우, 물을 부어 "넘구기"로 한차례 방아를 찧은 다음 꺼내어 햇빛에 말려 키나 풍구로 껍질을 날린다. 그렇게 하기를 세번 반복해야 "대껴" 먹을 수 있다. "대끼기"는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정곡하는 과정으로 주로 밥을 해 먹기 직전에 찧는 최종적인 도정작업이다. 이때는 소량이기 때문에 절구나 디딜방아를 주로 이용한다. 그러나 쌀보리는 한번 찧기만 해도 대껴 먹을수 있다. 그 만큼 껍질이 연하기 때문이다.
겉보리가 쌀보리에 비해 방아찧기가 힘들어도 파종을 많이 하는 것은 내한성이 강하고, 맛도 쌀보리보다 좋기 때문이다. 겨울의 찬기운을 먹고 자란 탓이다. 연세 많은 어른들께서는 겉보리가 쌀보리보다 훨씬 "구수하다"고 하신다.
- 우리네 농사연장
- 김재호 글/이제호 그림
- 펴낸곳 : 소나무
- p231~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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