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처음 와서 신기한 것 중의 하나가 찹쌀을 주식으로 삼아 3식을 먹는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찹쌀을 대부분의 국민이 주식으로 삼고 있는 나라는 이 나라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 넓은 평야에 심어진 벼도 대부분이 멥살이 아닌 찹쌀이 재배되고 있다. 그 높은 산꼭대기까지 나무를 베어 만든 화전밭도 찹쌀이 재배되고 있다.
평야지대의 벼는 우기가 시작되면 논을 갈아 직파하거나 모내기를 한다. 그리고 화전밭은 우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3월 또는 4월에 산에 불을 질러 밭을 만든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또는 히말라야 산기슭에서 많이 볼수 있는 계단식 밭을 볼 수가 없다. 그냥 경사진 밭으로 만들어 볍씨를 파종하는 것이다. 화전민들은 일단 산에 볍씨를 파종하면 밭에 나는 풀을 자주 메주는 등 정성을 다하여 가꾼다. 이렇게 우기가 지나 9~10월의 건기가 되면 수확을 한다.
집에서부터 먼 거리에 있는 화전밭에서 생산된 찹쌀을 운반하는 일도 여간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산 위에 임시 거처인 움막을 짓고 그곳에서 수확할 때까지 지내기도 한다.
한편 취사도구도 멥쌀을 끓여 먹는 것이 아니라 찹쌀을 증기에 쪄 먹을수 있도록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야외로 나가거나 멀리 갈 때는 찐 찹쌀을 크고 작은 바구니에 넣어 가지고 가서 절인 배추나 간장 등을 찍어 먹는다. 식당에 가도 찐 찹쌀밥이 바구니에 담겨 나오곤 한다.
이들에게 찹쌀밥을 주식으로 삼고 있는 이유를 물어보면 찹쌀은 천천히 소화되어 한번 먹으면 오래 동안 배가 고프지 않아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납득이 갈 만한 답변은 없었다. 라오족의 오랜 식문화임에 틀림이없었다.
라오스에 왔던 나의 조카들이나 지인들도 처음에는 찹쌀밥이 바구니에 나오는 것을 보고는 신기하다고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라오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찹쌀밥에 고추장을 발라 먹었던 일이라고 할 정도로 나름대로 맛과 편리성을 가지고 있다.
라오스는 세계 10대 생물다양성 보유국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 4대 작물 밀, 옥수수 쌀, 감자 가운데 라오스에 있는 쌀 품종만 해도 야생종과 잡종을 포함하여 3,000종에 이른다. 이리하여 정부는 라오스 쌀 문화는 나라의 보물이라고 말하였다.
- 메콩강, 가난하나 위대한 땅
- 전운성 지음
- 펴낸곳 : 논형
- 16,000원
- p 363 ~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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