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신앙에 녹아있는 자작나무의 상징성
자작나무는 척박하고 건조한 땅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낙엽활엽수이다. 북방민족은 물질적 유용성 이외에도 자작나무를 신수(神樹)로 숭배했다. 시베리아의 넓은 평원에 흩어져 살았던 기마민족들에게는 자작나무가 번영과 건강을 지켜주는 신성한 나무였다. 이들이 자작나무를 신성한 나무로 여겼던 이유는 활엽수중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이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다. 특히 나무가 흔치 않은 한랭한 초원지대에서 나무는 귀한 존재이고, 그러한 곳에서 자랄 수 있는 수피가 흰 자작나무는 예로부터 성스러운 존재로 보호받아 왔다.
자작나무가 성스러운 존재로 보호를 받았던 흔적은 북방민족의 원시종교에서 찾을 수 있다. 자작나무 수피는 꿈의 형상을 나타내거나 씨족의 상징을 나타내는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되었고, 몇몇 부족은 종이형태로 제작하여 신성한 그림이나 그림이 있는 글쓰기에 사용하였다. 시베리아 원시종족은 나무를 통해서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었다. 시베리아 무속에서 샤먼은 상징적으로 사다리에 올라 하늘 높이 있는 신령과 대화하는데, 그 사다리는 자작나무로 만들어진다. 또한 개마고원에서는 시신을 자작나무 껍질로 싸서 매장한다.
신라의 금제 고배나 금관은 나뭇가지와 사슴뿔 모양을 갖고 그 위에 곡옥이나 나뭇잎을 달고 있는데, 심장형 나뭇잎 장식은 바로 자작나무의 잎을 나타낸다. 또한 자작나무 수피로 만든 천마총의 천마도는 모두 북방 기마민족이 지녔던 무속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한민족이 자작나무를 신수로 숭배하던 기마민족에서 유래되었음을 천마총에서 발굴된 신라금관과 천마도 장니 뿐 만 아니라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제단 가까운 곳에 장식하는 종이꽃(紙花)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지화는 천계와 지상을 연결하는 매개물의 상징인데 종이꽃 장식은 자작나무를 상징하고, 이것은 북방 시베리아 무속에서 유래된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무속신앙에 전승되고 있는 자작나무의 흔적은 시베리아 북방 종족이 자작나무를 신수로 숭배하던 집단 기억에서 유래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평지에서 쉽게 볼 수 없고 높은 산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가 자작나무임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 숲과 문화 - 글․사진 : 전영우 - 펴낸곳 : 도서출판 북스힐 - 2006. 9. 20 개정판 1쇄 - p253 ~ 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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