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포도와 선키스트 판촉 그리고 발상의 전환
이제 『우리 농산물을 애용합시다.』라는 캠페인은 더 이상 신문에서도 거리에서도 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자면 이제 더 이상 소비자를 상대로 읍소를 하는 형식의 판매에 매달린 일이 아니라 제대로 된 판매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외국농산물 판매업자들의 마케팅전법을 한번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포도는 80년대 후반부터 국내 언론에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판촉기법은 정말로 놀라운 것이었다. 단순히 「맛있다」혹은 「무공해」 라는 문구가 아니라 『백설기 떡에 콩이나 팥 대신에 건포도를 놓으면 맛이 훨씬 좋습니다.』이였다. 『김치를 담글 때 양념에 건포도를 조금만 넣으면 김치가 시어지지도 않고 달콤하게 씹히는 맛이 김치를 훨씬 맛있게 해 줍니다』라는 광고도 곁들였다.
원래 건포도가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서 가공된 상품이 아니다. 세계 구석구석까지 판매망을 늘리려다 보니 생포도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오랜 동안 보관할 수 있고 수송에도 편리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생포도를 건포도로 가공하는 기술을 터득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우유와 함께』 또는 『비스킷이나 쿠키에는 건포도가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라는 구호로 판촉을 전개한 것이다. 이 결과 매일같이 먹는 빵에 건포도는 약방의 감초가 되어 버렸다.
미국의 선키스트의 레몬 판촉도 건포도에 뒤지지 않는다. 한국에 이 레몬을 상륙시키면서 사용법을 몰라 외면해 버린 한국인들에게 교육을 시킨 것이다. 칵테일, 생선회, 구이, 찜, 돼지갈비 등 각종 음식을 요리할 때 『레몬을 뿌리면 고기의 독특한 냄새가 사라지고 맛이 산뜻해진다』는 것이었다. 이제 생선요리에는 레몬이 빠지면 큰일 나는 줄 알게끔 인식이 되어 버렸다.
선키스트는 미국의 대기업체가 아니다. 바로 미국의 레몬 재배농민들 8,000명이 설립한 비영리 마케팅조합이다. 생선에 레몬만 들어가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레몬 대신 배즙을 짜 넣어도 된다. 그렇다면 『레몬을 넣으면 음식 본래의 향이 사라지는 수가 있습니다. 대신 배를 넣으면 음식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깊은 한국 맛이 납니다.』라고 좀 선전하면 안 되는가? 빵에 건포도 대신 곶감을 말린 것을 넣으면 안 되겠는가? 몸에도 좋다는 대추를 잘 가공하여 음료수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잘 먹는 과자나 빵에 첨가한다면 훌륭한 신토불이 음식이 될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발상의 전환을 할 시기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 디지털농업, 신지식농업인
- 지은이 : 심재성
- 펴낸곳 : 도서출판 배재
- 2001. 6. 25
- p 67 ~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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