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는 뇌 기능도 다르며, 서로 느끼는 바도, 원하는 것도, 의사소통 방법도 다르다. 그런데 이런 남녀의 생태적 차이에 대한 몰이해가 관계의 불협화음과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자는 분석하는 시스템이 발달한 반면, 여자는 주변 환경과 사람의 감정을 더 잘 읽는다. 남성은 주로 왼쪽 뇌를 사용하고, 삶에 접근하는 방법도 매우 논리적이며, 일 중심이다. 남자는 일방적인 사고를 주로 한다. 여자는 자신의 환경을 한 가지의 관점 이상에서 바라본다. 여자의 생각은 훨씬 복잡하고 항상 느낌과 늘 접촉하며, 남자보다 감정 표현이 자유롭다. 유대 형성이나 친화력 또한 월등하다.
남자는 주로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게 되어 있다. 치열하게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다가 귀가하는 남편은 주로 텔레비젼 앞에 앉아 있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식사 준비하랴 매달리는 아이 돌보랴 정신없이 바쁜 아내를 도와 줄 법도 하건만, 전혀 아랑 곳 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 남자가 쉴 때는 70%에 달하는 남자의 뇌에 불이 꺼져 있는 생리학적 현상을 모르는 아내가 남편을 보는 시각은 게으르고 배려할 줄 모르고, 도울 줄도 모르는 이기적인 남편이다.
반면에 90%나 되는 뇌의 활동을 계속 유지하는 여자는 지속적으로 환경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석하기에 바쁘다. 여자는 음식을 만들면서 아이는 한 손으로 안고, 그리고 전화도 받는다. 여러 아이가 있어도 아이마다 기분이 어떤지, 정서적으로 어떤지, 이들의 친구가 누군지, 아이들의 희망이 무엇이고, 꿈이 무엇이며 두려움이 무엇인지를 다 파악하고 있다. 반대로, 남자는 마음 속 한 구석에 아내와 어린 아이들이 있다는 어렴풋한 지식만 가지고 있다.
이런 차이를 모르면, 아내는 자신만큼 아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남편이 식구에게 관심이 없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남편으로 단정하고 만다.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돌아 오는 대답은 주로 “아무 것도 아냐.”이다.
“그럴 리가 있어? 뭔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던데?”
“아니. 아무 것도 생각 안 하고 있었어.”
“거짓말하고 있지? 어떻게 사람이 아무 것도 생각을 안해?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지?” 라는 식으로 남녀의 대화는 진전된다. 대부분의 아내는 상처를 받으며, 화를 내고 왜 남편이 자기와 왜 모든 것을 나누지 않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여자는 남자가 아무 생각을 안 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여자에게는 아주 생소한 체험이기에 그렇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유자재로 전혀 관련이 없는 생각을 넘나들며,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여자는 조용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남편을 보고 마음이 차갑고 자신을 거부한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사람의 마음을 잘 읽으며 마치 머리 뒤에도 눈이 달린 것처럼 상황 판단이 빠르다. 이런 능력이 부족한 남자를 보면서, 여자는 남자가 둔하거나 신경을 안 쓰고, 무관심하다고 생각한다.
남자의 눈은 자신이 초점을 두는 것만 보기 때문에 바로 눈 앞에 있는 것도 못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느 아내가 잔뜩 장을 봐 와서 집 안으로 들여 오던 중, 제일 무거운 물은 집 앞에 남겨 두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남편은 물을 들고 들어오지 않았다. 문 앞에 놓인 물통을 못 볼 수도 있다는 것은 아내의 시각으로는 상상도 이해도 안 되기에, 아내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린 이 남편은, 바로 문 앞에 있는 물도 안 들고 들어오는, 배려의식이 없고 게으른 남편이 돼 버린 것이다. 사실은 남자는 주로 위, 아래, 좌우로 그리고 무엇을 찾고 있다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움직인다.
그러나 여자는 주변 시각으로 순간적으로 다 파악하기 때문에, 세부 항목까지 한 눈에 인식한다. 여자 머리 속에 청사진처럼 훤한 부엌 찬장 안의 수납 시스템이 도무지 눈에 안 들어오는 남편은 부엌에서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다. 아내를 돕고자 하는 변함없는 남편의 ‘일념’을 아내에게 좋은 소리 못 들을 수도 있다.
여자는 소리를 잘 알아내고 구분하며, 맞은편에 앉은 상대와 대화를 하면서도 자신과 상관없는 주변의 대화를 모니터링 한다. 아기의 울음소리도 남자보다 훨씬 잘 듣는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에 훨씬 민감하고 잘 파악한다. 그래서 다중작업이 가능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낼 수 있다. 여러 명의 어린 아이들을 한꺼번에 돌보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가 저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빨래와 같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도 파악할 수 있다.
부엌에 들어서면서 다중작업이 가능한 아내는 신문을 보는 남편에게 말을 하지만, 싱글 태스킹만이 가능한 남편은 신문 읽는 데만 집중하기에 아내가 하는 말을 전혀 듣지 못한다. 아내는 자기가 한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었음을 알고는 남편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판단한다. 남자가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설사 ‘어’라고 대답을 하면서 들을지라도 실은 전혀 듣지 못한다. 반면에 여자는 다중작업이 몸에 익어, 사방을 다니면서 말을 한다. 자신은 일을 하면서도 들리는 소리를 분간하기 때문에, 설사 옆방에서 말을 한다 해도 상대가 다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녀 사이에 “내가 말했잖아.” 아니면 “나는 못 들었는데.”라는 대화가 잦은 이유다.
그리고 문제는 남자는 무엇인가 하고 있으면 누가 제동을 거는 것을 싫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대화를 하려면, 남자가 하던 일을 다 끝낼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여자의 직감이란 아주 작은 변화도 금방 알아채고 풀이하는 능력이다. 표정, 기분과 태도의 변화, 신체 언어, 목소리의 톤 등 아주 작은 변화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남편은 아내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다 들통 나기 때문이다.
파티 장소에 들어서면, 남자의 좁은 시야는 여기저기 조금씩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차린다. 본능적으로 다른 출구가 어딘지 파악을 한다. 그리고 방 건너에 있는 사람은 알아보아도 바로 눈앞에 있던 사람은 지나치기가 일쑤다. 반면에 여자는 누가 왔으며 여자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으며 누가 언쟁릏 벌이고 누가 추파를 던지며, 누가 모사를 꾸미는지, 어느 커플이 전쟁 중인지 삽시간에 다 파악한다. 그러나 여자의 공간 감각은 문제이다. 목소리의 작은 변화와 신체언어를 잘 읽지만, 작은 물건은 잘 찾는 대신 지도를 잘못 읽고 차고문을 들이박는 이유다.
집안 일과 식구에게 관심 없는 남편으로, 또는 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남편으로 단정하는 대신,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고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보완한다는 아내의 시각이 필요하다.
불평할 일이 있거나 의사와 요구를 표현할 때는 극한 감정 표현이나 화를 내는 대신, 논리적인 사고에 익숙한 남자의 성향을 고려해 상대방이 마음 문을 닫게 하는 부정적인 감정을 제재하는 노력도 있어야겠다. 아내가 할 이야기가 있어 보이면, 의식적으로 경청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남녀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검색 : 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사이먼배런코언지음ㆍ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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