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덥고를 한 몸에 담아 낸 한옥
사계절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는 여름에는 무덥고 겨울에는 춥다. 때문에 가옥구조에도 계절에 따른 온도 변화를 고려했다. 겨울이면 방을 따뜻하게 데우는 구들과 여름이면 사방으로 통풍되는 시원한 대청이 공존하는 가옥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구들이 있는 방과 마루는 함께 할 수 없는 이질적인 공간이다. 구들은 추운 북방에서 출발한 것이고, 마루는 따뜻하고 습한 남방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 일본, 중국 등지에는 구들과 대청이 공존하는 예를 찾기가 힘들다. 더구나 아궁이에서 음식을 익히고 난방까지 겸한 구조야 말로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 “춥고 덥고”가 왔다 갔다 하는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몸과 마음이 춥고 덥고 변덕을 부리지 않도록 조절해 줄 수 있는 묘수풀이는 구들이 있는 방과 시원한 마루를 한 몸이 되도록 “짝 지움”에 있다.
마루는 외형적으로는 실외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실내라는 이중성을 갖는다. 그 중에서도 튓마루는 이 양극단의 속성을 동시에 결합시킨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양극성을 마루가 함께 갖도록 한 이유는 열의 조절과 바람의 소통에 있다. 마루에 벽체를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밖이라는 속성을 갖지만, 이것을 기둥 안쪽으로 집어넣음으로써 기능상 실내효과를 만들어 낸다. 기둥 안으로 들어옴으로써 열과 바람의 변화작용과 조절작용을 극대화 시켜 낼 수 있었다.
이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구조물이 바로 처마이다. 마루의 연장선에 빈 공간을 처마로 배치시켰고, 처마 밑 공간은 안이기도 하고 밖이기도 하는 양면성을 동시에 갖게 된다. 처마가 있으므로 해서 마루가 기둥 안쪽으로 쑥 들어갈 수 있는 셈이다. 처마가 만들어 내는 빈 공간이 있음으로 해서 겨울에는 낮게 뜬 태양 볕이 집안 깊숙이 들어오고, 위로 올라가는 따뜻한 공기를 서까래가 가로막아 오래 머물게 한다. 고도가 높은 여름에는 뙤약볕을 피하게 하여 열을 대폭 감소시킨다. 게다가 밖과 안이 온도차이가 나면서 대류현상이 발생하여 바람이 생겨나게 되고, 뒤뜰의 나무나 대밭을 만들어 놓아 대류활동을 더욱 강화시킨다. 앞마당은 백토를 깔고 조경을 하거나 인공 구조물이 없는 텅 빈 공간으로 이 역시 온도 차이를 만들어 내는 효과가 있다.
뒤들에서부터 생긴 바람은 활짝 열어놓은 방문을 통해 방안을 관통하고 마루를 거처 앞마당으로 흐르게 된다. 마루와 처마가 주연을 맡고, 뒤뜰의 대숲과 텅 빈 앞마당이 조연을 하면서 하나로 꿰도록 소통시켜 주는 것이다. 공간을 비우고 연결하면서 만들어 내는 천연 냉방효과인 것이다.
- 바람난 삼신할매 - 박흥주 - 펴낸곳 :인디북 - 1쇄 2009. 11. 30 - pp 229 ~ 234 |
'펌 글 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의 뇌, 여자의 뇌 (0) | 2010.05.09 |
---|---|
의상과 원효의 사랑법 뒷담화 (0) | 2010.04.27 |
의자왕의 강장식품 참새세마리죽, 참새죽 (0) | 2010.04.18 |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의 용도 (0) | 2010.04.01 |
봄나물을 먹으며 (0) | 2010.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