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뼈 우려내면 설렁탕… 소 살코기 쓰면 곰탕…
설렁탕과 곰탕은 어떻게 다른가.
설렁탕은 쇠뼈를 위주로 곤 것이다. 소의 네 다리뼈인 사골과 잡뼈를 주로 쓴다. 물론 허드레 고기와 내장도 일부분 넣는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맛을 내기 위한 보조첨가물일 뿐이다. 쇠뼈는 뭉근한 불에 오랫동안 끓이면 뽀얀 물이 우러나온다. 골수(骨髓)에서 우유처럼 희뿌연 즙이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 쇠기름을 적당히 섞으면 고소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쇠기름은 콩팥 옆의 두태 등을 쓴다.
곰탕은 쇠뼈가 아니라 소의 살코기 위주로 오랫동안 곤 것이다. 소의 양지, 사태 등 특정 살코기와 내장, 일부 뼈(사골) 등으로 끓였다. 양지는 소 가슴에서 배 아래쪽에 이르는 살코기를 말한다. 사태는 소의 오금에 붙은 살이다. 곰탕은 주로 쇠고기 삶은 물이라 맑고 투명하다.
설렁탕은 왜 설렁탕일까. 국물에 ‘설렁설렁’ 밥을 말아 먹어서 그럴까? 아니면 뽀얀 국물 때문에 ‘설농탕(雪濃湯)’이라고 불려서 그럴까. 그것도 아니라면 몽골의 고깃국인 ‘슐루’가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그렇게 굳어졌을까. 즉 ‘슐루→슐루탕→설렁탕’으로 변했다는 설 말이다. 또 있다. 서울 동대문 밖 선농단(先農壇)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조선 임금들은 해마다 선농단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는데, 그때 쓴 고기 뼈를 고아서 백성들에게 하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선농단 제사는 숱하게 나오지만 그때 제사음식을 내렸다는 말은 단 한 구절도 없다.
곰탕은 왜 곰탕인가. 어떤 이는 왜 곰탕에 ‘곰’이 하나도 없느냐고 항변한다. ‘곰’은 ‘고음(膏飮)’과 같다. 고음은 ‘기름진 음식’이라는 뜻. ‘고(膏)’의 동사형은 ‘고다’이다. 즉 ‘푹 고아서 기름기가 많은 탕’인 것이다. 조선시대엔 곰탕이 아니라 ‘곰국’이라고 했다. ‘고음→곰→곰국→곰탕’으로 변한 것이다.
곰탕은 조선 양반들이 즐겼던 음식이다. 쇠고기는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서민들은 양반들이 먹지 않는 쇠뼈를 이용해 설렁탕으로 먹을 수 있었다. 설렁탕은 서민들이 간단하게 뚝딱 거칠게 밥을 말아 먹었던 장국인 것이다.
일제강점기 양반가에선 설렁탕을 멀리 했다. 맛은 있지만 백정들이 만든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상것들이 먹는 음식이라 양반 체면으로는 먹을 수 없다며 기피했다.
곰탕이나 설렁탕이나 한우가 으뜸이다. 밑반찬인 김치와 깍두기도 맛있어야 한다. 깍두기는 아삭아삭 소리가 나야 한다. 시원하고 단맛이 나야 개운한 맛을 준다. 그 깍두기 맛을 못 잊어 식당을 찾는 사람도 있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동아일보] 201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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