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주

럼주와 사탕수수 그리고 항해

산들행 2011. 4. 23. 23:17

13세기경부터 항해 기술과 선박 제조기술이 발달하면서 유럽 사람들은 연안에서 벗어나 점차 더 먼 바다로 나아갔다. 그런데 항해가 길어지면서 마실 물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으로 뱃사람들은 배에 물 대신 맥주나 포도주를 싣고 다니면서 식수로 삼았다.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맥주와 포도주는 확실히 물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광활한 북대서양까지 항해할 수 있게 되면서 뱃사람들은 또 다시 식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유럽 근해보다 덥고 습도가 높은 대서양과 카리브해를 지날 때면 맥주나 포도주도 상해 버렸던 것이다. 그 대안으로 맥주를 증류시켜 독한 위스키를 만들어 배에 실었지만 위스키는 값이 비싼 것이 흠이었다.

 

1651년 영국이 차지하던 서인도제도의 식민지 바베이도스에서 사탕수수 즙을 증류한 술이 개발되었는데 그것이 럼(Rum)이었다. 럼주는 고대 인도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바베이도스에서도 설탕을 만들고 난 사탕수수 줄기들을 모아 다시 한번 끓이는 방식으로 럼주를 만들었다. 럼주는 위스키와 달리 값이 매우 싸서 가난한 선원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었다. 도수도 높아서 높은 온도와 습도에도 상하지 않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었다. 이런 럼주의 장점이 알려지자 선주들은 앞다투어 럼주를 배에 실었고 선원들에게 지급했다. 그들에게 럼주는 갈증과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생명수나 다름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럼주는 쿠바에 기반을 두었던 바카디 회사에서 생산해 내는 바카디 시리즈다.

 

-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 지은이 : 도현신

- 펴낸곳 : 시대의 창

- 초판 1쇄 2011년 2월 21일 펴냄

- p 134~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