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흔적들

소양호에서 배 타고 간 홍천 가리산 산행기

산들행 2012. 10. 24. 12:46

 

홍천 가리산을 소양호에서 배 타고 가다

 

일시 : 2012. 10. 14. () 맑음

시간 : 6시간

소양호(08:00) 물로리 선착장(09:00) 운주사(10:15) 3(11:30) 2(11:40) 1봉 가리산 정상 1,051m(12:00) (중식) 무쇠말재(13:00) 연리목(13:15) 계곡 삼거리(13:30) 합수곡 기점(13:45) 가리산휴양림(14:00)

거리 : 9.0km + 배타고 한 시간

소양호 (13.6km) 물로리 선착장 (4.4km) 운주사 (1.8km) 가리산 정상 1,051m (0.8km) 무쇠말재 (1.0km) 합수곡 기점 (1.0km) 가리산휴양림(14:00)

 

가리산(1,051m)은 홍천군과 춘천시 사이에 걸쳐 있는 산이다. 강원도의 산중에서 진달래가 많이 피는 산이고, 소양호가 보이는 탁 트인 조망으로 유명한 산이다. 참나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과 부드러운 능선이 아름다운 육산이다.

 

소양호에서 물안개가 피어올라 산으로 스며든다. 차가운 아침을 가르며 뱃길로 물로리 선착장에 도착하니 산골마을은 가을이 완연하다. 작은 배에 빼곡히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싸늘한 소양호를 건너더니 어느새 제각기 제 걸음으로 흩어진다. 마을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 햇다. 낮은 곳은 호수로 내어주고 높은 곳 산허리에 밭을 일구어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산골마을의 농로를 따라 걷다보면 노랑 산국, 보랏빛 꽃향유 등 가을꽃이 화사하다. 계곡 따라 단풍이 수놓아 있었다. 색색이 고운 단풍을 볼 때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은주사에서 드디어 산으로 진입한다. 초반부터 경사가 급하다. 참나무가 숲을 대부분 차지하였고, 쭉쭉빵빵 낙엽송도 숲을 이루었으며, 아름드리 소나무도 보인다. 오를수록 나무들은 키가 낮아지고 가을 색은 누렇게 단조로워진다. 그 숲으로 우리는 낙엽을 밟으며 숨차게 오르고 올랐던 것이다. 송글송글 땀이 맺히는데 찬바람에 식을 새라 쉼 없이 걸음걸이를 하였다.

 

한참을 오르니 평지나 다름없는 능선에 다다른다. 신갈나무인지 갈참나무인지 하여튼 길쭉한 참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볏가리 세워 놓은 듯 참나무가 수직으로 켜켜이 참나무가리를 이루고 있으니 가리산이라 부를 만하다. 낮은 식물들이 차지한 땅에서 하늘을 가린 누런 잎까지 줄기의 공간은 길고 넓다. 고요하고 적막한 가을숲에 젖어들어 숲이 주는 눈 맛과 청량감에 행복을 만끽하였다.

 

가리산은 완만한 육산에 갑자기 암봉 삼형제가 솟아올라 정상을 이루고 있었다. 1,051m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산 능선은 소잔등이 마냥 완만하게 뻗어있다. 산 능선에서 뻗어 내린 계곡도 완만하다 못해 느림보 같이 저 멀리로 이어져 있었다. 가리산 산행은 이 삼형제 봉우리가 없었다면 밋밋할 뻔 했다. 정상에서 가을 산을 조망해본다. 부드러운 산굽이가 노랗게 단풍들어 멀리멀리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도 소양호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산을 넘어가느라 산은 희뿌연하게 보였다. 소양호는 산안개로 뿌엿게 덧칠해져 보이질 않는 듯하였다. 좀 더 타는 듯한 단풍과 좀 더 멀리 보이는 조망이 아쉬웠지만 이만한 가을 산행으로도 큰 기쁨이 되었다. 1봉 이곳저곳에서 끼리끼리 무리져 제각기 준비한 먹거리로 산에서 맞이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아침 배를 타고 와서 높은 곳에서 점심 배를 채우니 산행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오를 때처럼 가파르다. 손 잡을꺼리, 발 밟을꺼리를 찾아 조심조심 내려가야 했다. 가파르게 올랐으니 가파르게 내려가야 했다. 삼형제 봉우리를 벗어나면 바위가 없는 전형적인 육산이 숲속에 이어져 있다. 숲속에 산길이 오롯이 나 있으니 그 길을 따라 가을 숲길을 호젓이 걸으면 되는 것이다. 돌부리 하나 없는 산길인지라 흐느적흐느적 제멋대로 걷기에 좋은 길이었다. 오를 때와는 다르게 나무들이 길쭉길쭉하여 하늘과 땅 사이를 넓게 차지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갈참나무를 잘라 만들어 놓은 통나무 의자가 소박하다. 소나무와 참나무의 애틋한 연리목도 숲에서 전설이 되어 몸을 서로 꼬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이 낮아질수록 보랏빛 투구꽃이 더 많이 보였지만 처음 올라갈 때보다 다양하지 못하였다. 큰장구실 골짜기에 흐르는 물도 적어 가을빛도 부족한 듯하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정표가 그림만 예쁘고 갈 길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보여주질 않는다. 삼형제봉을 오르는 길에 손잡이며 발판은 쇠가 부족해서 인지 무척이나 인색하였다. 하여튼 울긋불긋 타는 듯한 단풍을 아니었지만 가을 숲속에 드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산행이 되었다. 가을 산에 가을 숲을 호젓이 걸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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