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흔적들

하동 악양 형제봉 성제봉 눈꽃 산행기

산들행 2012. 12. 26. 19:58

◈ 아산 K2 산악회, 버스 1대 45명 

◈ 산행일시 : 2012. 12. 9(일), 바람 없고 뿌옇게 맑음  

◈ 산행시간 : 하동군 악양면사무소(7:20)-정서리 마을길-강선암 들머리(8:10, 해발  320m)-갈림길(9:35, 해발 890m)-중식(10:10, 형제봉 철쭉제단)-형제봉(11:10)-형제봉 철쭉제단(11:45, 헬기장)-갈림길(12:00)-구름다리(12:05)-신선대(12:10, 903m)-대축마을과 원부축마을 이정표에서 직진(12:50, 지리산 트레일과 만나는 길)-보문사(13:50)-최참판댁(14:20)-주차장(14:50)

       ☞ 약 7시간 30분

◈ 산행거리 : 악양면사무소-(3.0km)-강선암 들머리-(1.6km)-갈림길-(1.4km)-형제봉-(1.4km)-갈림길-신선대 방향(약  3.0km)-최참판댁

       ☞  약 9.1km

 

눈이 많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되었다.

새벽 어둔 길에 비몽사몽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입산통제라 한다.

2012년 마지막 산행을 지리산에서 이루고자 하나 눈을 핑계로 그들은 허락하지 않는다.

어쩐다? 어짜랴!

하동군 악양면 형제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형제봉(1,115m)은 백두대간 끝자락 지리산 남쪽에 우뚝 솟은 봉우리로서, 악양동천(岳陽洞天)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넉넉하고 평화로운 삶을 안겨 주는 은헤와 감사의 산이다.

산이 좋아 형제봉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건강과 축복의 산길이 되기를 삼가 기원하는 산이다.

형제봉에 올라 이곳이 어드메인가 가름해보니 산줄기를 따라 청학동과 회남재로 이어지고, 낮은 곳으로  섬진강이 굽이져 흐른다. 

멀리 백운산(1,222m)이 흰 삿갓 쓴 듯 보이고, 섬진강대로 따라 매화마을과 화개장터도 나오리라.  

 

사방은 산등성이에 둘러싸여 어스름하게 잠겼는데 산너머로 뿌옇게 새벽빛이 넘어온다. 

정서리 마을길을 따라 걷다가 강선암을 들머리로 하여 산행이 시작되었다.

눈은 이미 전에 살포시 내렸나보다.

소나무는 눈이불을 덮고, 낙엽진 나무는 눈옷을 입고 있다.

낮은 곳을 차지한 조릿대는 눈을 힘겹게 지탱하며 고드름을 만들고 있었다.

형제봉 가는 길에 시야가 탁 트이면서 넓적한 평원이 기우뚱 솟아있다.

낮은 관목에 하얀 눈꽃 천지이지만 철쭉꽃이 터지면 붉은 천이 펄렁일 듯 환상이것다!  

 

형제봉은  성제봉(聖帝峯)이다.

사투리로 형을 성이라고 부르니 형제봉은 성제봉이란다.

성제봉은 1봉으로 형이고, 바로 건너 통신탑이 보이는 2봉은 제인데 2봉은 온통 하얗다.

성제봉에서의 조망은 사방으로 트여 빙빙돌아 모든 시야를 만끽한다.

산으로 산하를 연이어 이루었으니 아스라히 막힘이 없고 이루 셀수가 없다.  

 

 

 

하산길은 이젯껏 왔던 길을 뒤집어 나가다가 신선대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 길엔 아찔한 구름다리도 있고, 가파른 계단, 암봉 사이 급경사도 있었다.

정상에서부터 내내 보던 섬진강은 이제 서서히 숲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흰 양탄자 펼처진 산능선과 흰삿갓 봉우리도 보이질 않는다.

나무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은 아직도 산그늘에 갖혀있다. 

농토는 산으로 올라가고, 소나무숲은 산정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땅따먹기 하는 중인가 보다.

 

 

 

 

소나무가 사는 숲에서 다시 마을길로 접어드니 대나무숲이고 녹차밭이다.

그리고 마을길은 최참판댁으로 이어진다. 

한민족의 위대한 서사시「토지」의 최참판댁!!!!!

 

별당 아씨 서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절대 죽지 않을 게요.

   죽으라고 빌어도 절대 나는 죽지 않을게야.

   살아서, 반드시 살아서 네놈들을 죽인게다.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게야.

   반드시 그럴 게야."

잃어버린 땅을 찾기 위한 다짐이고 사투의 시작이다.

 

할머니 윤씨 부인은 손녀 서희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평생을 엎드려 땀을 흘리다가 죽어서는 땅에 묻혀 거름이 되지.

   살아서도 죽어서도 농사꾼들은 땅을 떠나지 못해.

   그들에게 땅은 생명이니까.

   서희야!

   네가 가진 것은 땅이 아니다.

   땅 속에 숨쉬고 있는 생명이야.

   그걸 잊어서는 아니 되느리라."

 

 

 

 

 

 

눈은 오지 않았다.

지리산에도 오지 않았으리라!

훤하게 밝아온 시간에 밤새 지리산을 지킨 이들은 입산을 허락했을까?

흰옷을 입고 넉넉하게 반겨주었던 형제봉 산행은 철쭉꽃 붉게 피는 날 다시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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