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쌀

희농1호와 중앙정보부

산들행 2013. 7. 6. 23:37

희농1호와 중앙정보부

박정희 대통령은 식량증산의 일환으로 벼 품종개량에도 적극 나섰다. 60년대 중반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른바 기적의 볍씨로 알려진 ‘희농1호’도 벼 품종개량 운동의 일환이었다. 이 해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이집트에서 나다(Nahada) 라는 볍씨를 훔쳐왔는데, 언론에 ‘기적의 볍씨’로 소개되면서 국민들의 가슴에 부푼 희망을 안겨주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 볍씨에 자신의 아름 ‘희(熙)’자를 따 ‘희농1호’라는 이름을 붙였을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청와대 집무실 옆에 희농 볍씨를 가져다 두고는 방문객들에게 “우리도 보릿고개를 넘길 효자가 생겼다”며 자랑하곤 했다.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국회에서 자신의 부하들이 두꺼운 책에서 표지만 남기고 안쪽을 도려낸 뒤 그 속에 볍씨를 채워 외교행랑 편으로 극비리에 공수해온 것을 무용담처럼 떠들어댔다. 희농1호를 훔쳐온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한술 더 떠 자신을 ‘제2의 문익점’에 비유하며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다.  기아 탈출의 구세주로 추앙받던 희농1호는 농촌진흥청 시험재배 기간 중에는 부쩍부쩍 자라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에 맞지 않아 위로 자라기만 했지 고개를 숙이지 않아 1967년 일반 농가에 보급된 희농1호는 씨받이마저 어려울 정도의 처량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 쌀밥전쟁

- 김환표 지음

- 펴낸곳 : 인물과 사상사 

- 초판발행 : 2006. 7. 14

- p120 ~ 121

'벼, 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쥐잡기운동과 코리안 밍크  (0) 2013.07.07
통일벼 밥맛과 노풍벼의 오명  (0) 2013.07.06
이천 쌀의 풍수적인 역설  (0) 2011.03.12
죽의 유래와 종류  (0) 2011.01.21
흑미 껍질 왕겨의 효능  (0) 2010.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