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오와 주의 작은 밀 생산농가에서 태어나서 미네소타주립대학의 농학부를 졸업하고 멕시코에 있는 국제맥류옥수수연구소(CIMMYT)에서 밀 육종부의 책임자를 지낸 보로그(N. E. Borlaug) 박사는 1970년 농학자로서는 세계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1960년대 말 인도나 파키스탄을 기아에서 구출할 수 있었던 녹색혁명을 불러왔다는 공적 때문이다.
보로그 박사는 반왜성 품종인 '소노라'라는 품종을 만들었다. 이 품종이 보급되면서 만성적인 밀 수입국이였던 인도, 파키스탄, 멕시코는 밀을 자급하였고,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밀을 수출하기도 했다. 그 공로로 인도에서는 기념우표를 발행하여 녹색혁명의 성과를 칭찬하였고, 멕시코에서는 국제맥류옥수수연구소 쪽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보로그 스트리트'로 이름지었다.
"한알의 종자가 세계를 바꾼다"
우리나라는 고조선 시대부터 밀을 재배한 기록이 있다. 키가 작다는 뜻의 우리나라 앉은뱅이밀이 일본에 전파된 것은 임진왜란 때이거나 1904~1905년에 한국토지농산조사를 실시하던 때일 것이다. 일본은 1904~1905년에 한국의 농업에 관한 제반사항을 조사하였는데, 이때 우리나라 모든 작물의 재래종을 가져갔으며, 당시에 수집되었던 밀 품종중에 앉은뱅이 밀의 특성이 "까락이 있고 키가 작은 밀"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 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을 이 앉은뱅이밀에서 일본사람들은 1914년에 키가 작다는 뜻의 달마(達磨) 품종을 선발하였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론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한국의 앉은뱅이밀은 일본의 달마를 낳고, 달마는 다시 후르츠와 만나 후르츠달마로, 그리고 터키·레드와 만나서 농림 10호가 육성될 때 가장 중요한 유전자를 제공하게 된다. 농림 10호는 1945년 미국인 생물학자이면서 일본 진주군 농업고문이었던 사몬(S. C. Salmom) 박사에 의해 미국으로 도입되었고, 보겔(O. A. Vogel) 박사에 의해 미국 품종 브레보와 교잡되어 Norin10/Brever가 되었다. 이 Norin10/Brever가 멕시코의 국제맥류옥수수연구소에서 보로그박사의 반왜성 밀 육종의 근본이 되었다. 보로그 박사에 의해 멕시코 반왜성 밀 품종이 계속 육성되었고, 세계인류를 먹여 살리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앉은뱅이밀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유전자원으로서의 종자가 갖는 중요함이다. 하잘것없이 보였던 앉은뱅이밀이 우리 인류에게 준 공헌을 미리 알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종자
- 안완식 지음
- 펴낸곳 : (주)사계절출판사
- 2000년 4월 30일 1판 2쇄
- p 32 ~39
- 값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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