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감자

식객에 나오는 고구마

산들행 2013. 7. 19. 14:13

나는 당신의 이름을 모릅니다.

어제 당신의 성의를 무시한 것 용서해줘요

나는 지금까지 내 옆에 누가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이 살아왔습니다.

태어날 때도 혼자였고 길을 가면서도 식사를 하면서도 정원의 나무를 자르면서도

외로움을 떨친 적이 없답니다.

사형언도를 받고 죽으면

저승에서도 여전히 혼자일 거라는 생각에 몸서리치게 두려웠습니다.

 

이럴 때 당신이 준 삶은 고구마가 어둠 속에서 나를 꺼내 주었습니다.

5살적, 매일 4시간을 걸어가서 어머니 집 부엌의 고구마를 훔쳐 먹었는데

이제 보니 그것은 훔쳐 먹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아들이 올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놓은 선물이었습니다.

식지 않게 솥 안에 넣어서

급히 먹을 때 목에 걸리지 말라고 동치미 한 그릇까지 매일 준비해 높고

일 나간 겁니다.

어머니는 저녁에 돌아와서 고구마 그릇이 비어진 걸 보고 기뻐했을 겁니다.

 

당신이 준 고구마를 먹을 때 나를 버리고 도망친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원망스럽고 원망스러워서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억나지 않던 얼굴이 보였습니다.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닙니다.

하늘나라에 가면 어머니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앞, 뒤 높낮이를 구별할 수 없던 어둠은 고구마가 걷어 갔습니다.

곧 어머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형장 가는 길 옆은 겨울꽃이 피어 있을 겁니다.

 

 

식객의 고구마.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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