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이야기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을 읽고

산들행 2014. 6. 3. 19:59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

 

나는 그 동안 인문서적을 주로 읽었다. 이번엔 변화를 주고자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이란 소설책을 선택하였다. 우선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을 감명되게 읽었던 기억이 본 도서를 선택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실종된 엄마(아내)에 대한 가족들의 고해성사를 통해 엄마의 인생과 가족들의 내면을 잘 묘사했던 것으로 기억되었다.

 

본 도서는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었다. 주로 여성의 추억과 사랑, 친정엄마의 옛이야기, 아내의 속마음이 잘 설명되어 있고 남성 독자인 나에게 여성을 이해할 수 있는 많은 생각꺼리를 주었다. 실연, 신발로 연상된 주변인의 삶과 슬픔, 아내와 외계인 증후군, 교통사고, 해외여행 중 만난 오래된 친구들의 살아온 이야기, 애완동물 고양이와 관련된 이야기 전개 등등 세속적이지만 나름 특이한 경험들을 미학적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우선 7편의 단편을 틈틈이 읽었다. 마지막에 권희철 문학평론가의 사랑이며 또한 인생인이란 서평을 읽고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역시 나는 이 훌륭한 소설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읽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단편적으로 읽은 내용은 남자인 내가 여자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내에게도 저자와 같은 오래된 추억과 사랑 그리고 삶의 고충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무관심하게 보는 나는 반성할 일만 잔뜩 있었다.

 

세상 끝의 신발은 프리마돈나와의 발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신발과 관련되어 어떤 가정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버지와 낙천이 아저씨의 깊은 우정, 낙천이 아저씨와 그의 딸 순옥이의 슬픈 가족사가 신발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로 덤덤하게 전개된다. ‘화분이 있는 마당은 연인 관계였던 창과의 사랑과 이별 뒤에 온 공황장애를 설명하고 있다. 창이 떠난 자리엔 후배 K가 등장하고, 그 후배가 여행을 떠나면서 부탁한 집의 마당과 화분에서 어떤 환영과 환상이 겪게 되고, 서서히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이 몽롱하게 전개된다. ‘그가 지금 풀 속에서은 보통의 남자들이 그러하듯이 직장 일에 충실하면서 아내를 소홀히 했고, 친정으로 떠나버린 아내를 만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남편이 아내입장을 깨닫는 과정이 전개되고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이 아내와 남편은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고, 아내는 외계인 증후군으로 그 속내를 내보이나 깨달지 못하고 점점 멀어져가는 과정이 전개된다. 친정집으로 가버린 아내를 만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이게 되면서 그때서야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마음을 터놓지 못한 아내의 입장을 깨달게 되는 것이다. 나를 빗대어 이야기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어두워진 후에는 연쇄살인범으로 인하여 가족이 황폐화된 후 방황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몸져 누워있는 어머니와 두 동생을 키우는 소녀 가장인 매표소 아가씨의 단란한 가족생활과 따뜻한 마음,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는 마음을 보면서 방황을 끝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세상은 양파와 같아서 겹겹이 쌓여있고 나보다 더 어려운 세상을 더 밝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게 하였다. ‘성문 앞의 보리수는 동일 프랑크푸르트의 국제 도서전에 참여하는 과정을 풀어낸 이야기이다. 그리고 S의 삶과 사랑, 수미와의 추억과 그의 죽음을 전개하고 있다. ‘숨어 있는 눈은 애완동물인 고양이와 A의 우울증 증세와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양이 때문에 집은 폐허로 만들어 가고 있는 여자와 벌써 몇 년째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여자가 함께 보내는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이다. ‘모르는 여인들은 이미 가정을 이룬 그녀에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옛 남자 친구의 살아온 이야기이다. 아내와 그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가 주고받은 메모와 그들 사이의 정 그리고 암에 걸려 가족으로부터 도망쳐 버린 아내를 이해할 수 없어 이 남자는 옛 여자 친구에게 노트를 해석해 달라고 하는 듯하였다. 아내와 대화의 상대가 되질 못한 이 남자는 아내의 이야기들 듣고 싶어 하나 이미 아내는 옆에 없는 것이다. 내가 그런 상태인가? 하는 반성으로 안타까움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7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저자가 풀어놓는 그런 비슷한 추억이 있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이 갑자기 깨달고 느끼는 공감대가 있었다. 망각하고 있었던 옛 사랑과 추억,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잠시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저자와 같지는 않겠지만 나의 소박한 옛이야기와 나의 친구들을 이렇게 미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하였다. 또한 여자, 어머니, 아내의 입장에서 말하는 인생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이라는 위치에서 나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가정과 남편이라는 이유로 소홀히 한 아내에 대하여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금성에서 온 남자 화성에서 온 여자처럼 근본적으로 사고와 심리체계가 다르지만, 남자인 내가 여자인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고 좀 더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였다. 나는 과연 아내와 관계 맺기를 잘 하고 있는가?

 

아주 멀리 떠나 홀가분한 상태에서 아주 한가로운 시간에 다시 집중하여 읽어보고 싶은 도서로 찜해 두었다. 소홀히 하고 있는 아내의 일상을 깨달고, 망각하고 있는 옛이야기를 아름답게 추억하기 위하여.....

 

- 모르는 여인들

- 신경숙 소설

- 펴낸곳 (주) 문학동네

- 1판 4쇄 2012년 1월 25일

-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