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이야기

존 앨런의 “미각의 지배”을 읽고

산들행 2014. 6. 3. 20:12

존 앨런의 미각의 지배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라는 프랑스의 유명한 미식평론가 브리야 샤바랭의 말이 있다. 그만큼 음식은 단순히 먹는다는 차원을 넘어 문화가 스며있는 것이고, 각각의 고유한 음식문화는 개인과 민족을 특징짓는 요소이기도 하다. 음식을 다양한 문화적 메커니즘을 겪으면서 진화한 것으로 이해하고, 인간 특유의 식이행동을 진화심리학으로 해석한 측면이 흥미를 끌었다. 또한 나는 작물과 음식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내 주위에서 만나는 미식가, 식탐이 있는 사람 그리고 과식하거나 비만인 사람들의 음식습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미각의 지배'라는 도서를 선택하였다.

 

본 도서는 '인간은 두뇌로 음식을 먹는다는' 주제로 어떻게 음식을 생각하고 이해하는지 많은 연구결과와 과학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설명하고 있다. 음식섭취와 소화과정, 두뇌활동과 신경계 반응, 사회심리학적 연구결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이 동원되었다. 음식과 미각과 관련한 두뇌과학의 연구분야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유인원에서 진화하는 과정에서 터득하게 되는 음식에 대한 인식과 가설들을 알기 쉽게 풀이하고 있다. 음식과 식이 행동의 진화적, 문화적, 인지적 기초를 다질 수 있는 도서로서, 작물과 음식에 관해 관심이 많다면 그 바탕이 되는 미각과 음식에 관한 진화와 지배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8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참고문헌이 제시되어 있는 교양도서이다. 1장은 바삭한 맛에 끌리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진화론적 측면에서 터득한 식이습관인데 현재는 패스트 푸드가 그렇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가 그렇다. 2장에서는 인간이 잡식동물이 된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은 잡식동물이지만 현대에는 대부분 옥수수를 직간접적으로 먹을 것이다. 옥수수로 소를 키우고, 옥수수로 만든 액상과당으로 요리한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다양한 먹거리에서 소수의 곡물 중심의 단순한 잡식동물이 되어 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3장은 맛과 문화이다. 맛의 기본지식, 맛을 인식하는 두뇌작용, 유전학 등을 설명한다. 매운 고추를 먹게 되는 이유, 음식과 성에 관한 설명이 흥미롭다. 식욕과 성욕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로서 음식남녀란 말이 떠올랐다. 4장은 음식중독, 비만과 관련하여 신경전달물질과 두뇌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지방과 단맛을 찾는 이유와 진화론적 설명도 있다. 그리고 다이어트에 관한 기본원리와 왜 실패하게 되는지 생리학적인 설명이 있다. 5장은 두뇌의 기억구조, 먹었던 음식에 대해 기억하는 과정, 기억과 망각 그리고 인류문화 측면에서 본 축제의 의미 등에 관해 설명한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어떻게 친밀해지고 공감대가 형성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6장은 음식카테고리를 구성하는 방법, 의미 그리고 카테고리가 변화하는 원리를 설명한다. 7장은 음식과 관련한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정에서는 여자가 요리하는데, 전문요리사는 남자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8장은 사람과 음식과의 상호작용으로 마음이론과 음식이론이라는 개념들이 설명된다.

 

우리는 흔히 '언제 밥 한번 먹자'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단순히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터득한 동일한 식이행동으로 소통하고, 음식문화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들은 두뇌와 관련되어 있기에 같이 밥을 먹음으로서 친밀함을 느끼고, 음식을 통해 서로를 인지하는 것이다. 즉 푸드가즘(Foodgasm)이라는 쾌락을 공유함으로써 서로서로 소통되는 것이다. 여기에 장황하게 미각의 지배를 설명하는 이유가 있었다. 음식과 미각은 개인의 것이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두뇌는 그 느낌으로 남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인간은 두뇌로 음식을 먹고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며 진화하였다라는 주제에 큰 공감이 갔다.

 

감자가 유럽에 처음 도입될 때 요리과정이 단순하다는 이유로 문화가 담기지 않은 천한 음식으로 여겼다. 토마토가 유럽에 처음 소개될 당시에는 관상용으로 심어지다가 200여년에 걸쳐 유럽의 독특한 토마토 요리 문화를 형성하였다. 사람이 항시 성관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고기를 얻기 위하여 성을 수시로 제공한 행위가 진화된 결과라는 글도 읽은 적이 있다. 성서 레위기에 먹지 말아야 할 음식들에 관한 기록도 있다. 이런 차이는 인류문화 형성과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음식문화라는 저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인간은 두뇌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축적된 문화와 지식이 개인과 각 나라마다 독특한 음식문화를 형성하였다는 것이다. 이제는 세계 각국의 음식문화가 융복합하여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음식은 패스트 푸드와 포장식품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경제력에 따라 소비하는 음식과 문화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두뇌에 축적된 음식에 관한 지식은 차별짓기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계층에 따라 음식문화가 조금씩 다른데, 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와인이다. 와인은 술의 일종이지만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대화를 즐기는 계층도 있다. 음식문화를 통한 차별화된 인간관계의 형성이다. 그리고 이 도서는 패스트푸드와 포장식품에 익숙해져 가는 우리들에게 로컬푸드, 슬로푸드, 로하스의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인류진화론적 관점, 두뇌과학, 인지발달 과정, 인류사회학 등 복잡한 과학적 지식이 동원되어 미각의 지배과정을 설명하는데 패스트 푸드로 급하게 먹을 필요가 있을까?.그리고 개인과 지역을 특징짓는 고유의 음식보다 포장식품과 같이 획일화된 음식으로 단순화되어 갈 필요가 있을까?

 

- 미각의 지배

- 지은이 존 앨런/ 옮긴이 윤태경

- 펴낸곳 미디어월

- 초판1쇄 발행 2013년 01년 15일

- 값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