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이야기

SBS 스폐셜 제작팀의 "방랑식객"을 읽고

산들행 2014. 6. 3. 20:07

SBS스페셜 제작팀의 방랑식객

우선 식객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을 감동있게 읽은 적이 있으니 그러한 감동과 새로운 지식을 기대하고 <방랑식객>이라는 본 도서를 선택하였다. 도서를 읽다보니 SBS스페셜 제작팀이 저자인데 TV를 거의 시청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에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 땅에서 나오는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카피가 흥미를 유발하였다. 방랑식객으로 명명된 산당 임지호의 요리철학도 궁금하였다. 또한 독자인 나는 다양한 야생화와 식물에 대하여 흥미가 있고, 우리 땅에서 나오는 산나물, 들나물에 관심이 많은데 본 도서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였다.

 

생명 한 그릇, 자연 한 접시라는 화두로 시작하는 <방랑식객>은 자연주의 요리가 산당 임지호의 로드푸드 다큐멘터리이다. 음식은 보은이고, 치유이고, 미래이고, 만남이고, 소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곳에서 나는 풀과 식재료를 사용해서 요리를 해준다는 구성의 다큐멘터리였다. 약선요리에 쓰인 식물의 특징과 특성이 식물체 사진과 함께 게제 되었고, 자연주의 요리사가 알려주는 요리 레시피가 제시되었다. 참살이 문화를 넘어 슬로푸드, 로컬푸드의 철학이 절절히 나오는데, 한번쯤은 나의 식탐과 식단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리산 나물요리, 영동군 감나무골에서 곶감과 반시를 이용한 찹쌀떡, 신안에서 바닷가 식물을 이용한 갯벌요리, 비금도에서 벽안의 부부를 위한 보리국수 등이 아주 맛깔나다. 낳아주신 어머니와 키워주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 어린 시절의 혹독한 기억이 있는 제주도에서의 추억, 요리사가 되기 위하여 고생한 이야기 등도 들춰내고 있다. 식재료의 일부는 낯설고 일부는 아는 식물과 어류이다. 메밀에 관한 이야기와 제주도 풍광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듯하지만 저자는 더 넓고 감성있게 설명하고 있었다. 잡초처럼 보이는 달개비가 여름을 이겨내는데 좋은 약초임을 처음 알았다.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잡초 자장면, 문어와 지리돔을 이용한 요리, 건강을 위한 녹두 요리 등 저자가 알려주는 요리의 세계는 넓고 끝이 없었다. 패스트푸드, 외식, 간편조리식을 멀리하고 로컬푸드와 슬로푸드를 주장하는 자연철학에 공감이 갔다. 아토피를 치유하기 위한 자연밥상, 편식을 고치기 위한 비법 등은 공감이 가나 알아도 실천하기 어려운 요리라고 생각되었다. 우리는 이미 패스트푸드와 서구식 식단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음식과 풍습을 소개하고, 고구려 역사를 이야기하며,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대한 여행에 대한 소회를 평이하지만 정감있는 말투로 들려준다. 그리고 중국에 있는 식재료로 한국음식을 만들어 그들을 대접한다. 일본에서는 일본에 있는 식재료로 한국음식을 만드는데 곰취쌈밥, 가오리 회무침과 콩잎수제비 메기탕등이다. 많은 요리들은 평범하고 간단히 만드는 듯하지만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별미 요리들이다. 많은 식물들이 등장해서 한편으론 식물도감이라 할 만하고, 물고기가 다양하게 등장하니 작은 어류도감이라 할 만하다. 한편으로 작은 마을을 돌아다니는 오지여행기이자 사람냄새가 나는 여행기이며, 전체적으론 자연주의 요리책이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음식문화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점도 알려준다.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고, 서구화된 식단에서 슬로푸드, 로컬푸드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나 여러 지방의 자연주의 요리를 맛볼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다.

 

새댁은 아흔 아홉가지 나물을 알아야 한다는 하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다양한 먹을거리가 이 산하에 널려 있고, 조상들은 갖가지 요리를 개발하여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였다. 식생활이 서구화되어 가는 요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식재료를 이용한 자연주의 요리를 새롭게 조명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우리 땅, 내 주위에 널려있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산당 임지호의 자연주의 철학은 서구화된 식단으로 식탐을 충족하는 현대인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육식과 패스트푸드로 얼룩진 식단에서 벗어나 자연주의 식단으로 바꾸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고 우리의 몸을 치유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먹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나의 식생활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몰라서 버렸던 다양한 식재료에 대해 관심있게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음식은 치유이고, 소통이기에 우리 땅에서 나오는 로컬푸드, 슬로푸드, 로드푸드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경구와 같이 아는 만큼 이 땅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요리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 방랑식객

- 지은이 SBS스폐셜 제작팀

- 펴낸곳 (주)문학동네

- 1판 7쇄 2013년 2월 25일

- 값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