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자, 맥문동

빙허각 이씨와 명월관 안순환씨가 추천한 구기자 약주

산들행 2014. 7. 27. 17:26

빙허각 이씨가 1800년경에 쓴《규합총서》에서는 약주로 구기주와 오가피주 두가지를 언급했다. 특히 구기주를 마시면 회춘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빙허각 이씨는 고대 중국의 신선으로 알려진 백산보(伯山甫)의 생질이 구기주를 마시고 390세에도 얼굴빛이 열대여섯 살 소년 같았다고 했다. 또 이 구기주를 마신 한 사신은 100일 만에 흰 머리가 도로 검어지고 빠진 이가 다시 나서 해가 가도 늙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빙허각 이씨는 약주는 몸을 상하게 하는 술이 아니라, 약 그 자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약주는 조선요리옥의 명성에 잘 어울리는 술이었다. 하지만 약주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여름에 쉽게 변질된다는 점이었다. 명월관을 설립했던 안순환은 1923년 1월 1일자 《동아일보》에서 조선 요리를 개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첫째 우리 음식은 밥이면 밥, 국이면 국 한가지만을 먹을 수 없는 것이 병이외다. (중략) 둘째는 우리나라 음식에는 따뜻한 것을 필요하게 아는 것이 병이외다. 이 까닭으로 만드는 즉시에 먹지 않고는 그 음식은 다시 데이든지 그렇지 아니하면 버리든지 하게 됩니다. (중략) 셋째는 오랫동안 감장하야 둘 수 없으며 또는 감장한다고 하더라고 그 맛이 쉽게 변하여지게 되는 것이 결점이외다. 우리나라 구기자약주 같은 것은 실로 맛도 있고 위생에도 훌륭합니다. 세계에 내놓아 아무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하나 '위-스키-'라든지 '뿌란데-"(브랜디)와 같이 오래 둘 수 없습니다."

 

안순환 역시 《규합총서》에서 언급한 구기주, 곧 구기자약주를 조선의 자랑으로 내세웠지만 오래 둘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개량할 대상이라고 보았다.

 

- 주영하 지음

- 식탁 위의 한국사

- 발행처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

- 1판 4쇄 발행일 2014년 1월 6일

- 값 20,000원

- p 261 ~ 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