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도 어엿한 꽃이 있는데 수꽃이 피면 개꼬리가 나왔다고 하고, 암꽃이 피면 수염이 나왔다고 한다.
옥수수 수꽃은 볼품없는 빗자루 같아서 개꼬리라 부른다. 그러나 아주 야무지게 꽃가루를 생산한다. 이 개꼬리에서 2천만 ~ 3천만개의 꽃가루를 생산하니 속이 꽉찬 꽃이다. 옥수수 수꽃은 4 ~ 6일 먼저 피어 암꽃 피기를 기다리며 꽃가루를 완성한다. 암꽃의 수염이 나오기가 바쁘게 꽃가루를 날려 암꽃 수염에 묻힌다. 꽃가루는 7 ~ 10일간 계속 날려보내니 수염이 먼저 나온 암꽃이나 늦게 나온 암꽃이나 골고루 수정이 돼서 결실하지 못하는 암꽃이 생기는 걸 예방한다.
암꽃 수염에 부착한 꽃가루가 다행히 궁합이 맞으면 이내 점액을 분비한다. 이것을 화분생리학에서는 꽃가루가 땀을 흘린다고 한다. 꽃가루는 영양가가 대단히 높다. 전분이 22.4%, 과당, 포도당, 서당이 14.2%. 그외에 각종 비타민, 아미노산, 효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 중에 나바호 족이 있는데 이들은 조상 대대로 옥수수 꽃가루를 먹어왔다. 옥수수 가루를 반죽해서 떡처럼 만들어 솥에 찌고 꽃가루를 떡고물처럼 버무려 먹는다. 예부터 송화가루를 먹어온 우리 조상의 지혜와 별다를 것이 없다. 옥수수밭 3천 평에서 3~4kg의 꽃가루를 쉽게 수확할 수 있고, 뉴질랜드는 각종 꽃가루를 수확해서 일본, 미국 등 외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건강식품이라 해서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자루가 작은 옥수수에는 4백 ~ 5백 알, 큰 것에는 7백 ~ 8백 알이 달린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찰옥수수는 대개 3백 ~ 4백 알이 달리면 아주 좋은 옥수수에 속한다.
옥수수는 다른 식물과 달라서 씨앗 한 톨을 만드는 일에 꽃 두 송이가 관여한다. 이런 묘한 생식법이 왜 필요한지 아직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2개의 꽃 중에서 씨앗이 생기는 꽃을 염실화라 하고 희생양으로 사라지는 꽃을 불염화라 한다. 옥수수 암술은 자방, 암술대, 암술대가리의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수염은 이중에 암술대와 암술대가리다. 옥수수 수염 끝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이 수염이 자라서 밖으로 나오면 긴 것은 30 ~ 40cm 이상 되는 것도 있다. 옥수수 수염 길이는 수정시기와 관계가 깊다. 수염이 나와서 이내 수정이 되면 수염이 짧고, 일기 불순으로 이내 수정하지 못하면 길어진다. 그 이유는 수정이 안된 수염은 계속 자라기 때문이다. 옥수수 수염이 나오고 5 ~ 6cm 자라 이내 수정하면 수염은 그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꽃가루를 차단해서 수정이 되지 못하게 하면 1주일 지나면 40cm, 2주일 지나면 60 ~ 80cm, 심지어 1m까지 자라는 것도 있다. 이것도 옥수수 특유의 현상이다. 옥수수 수염이 짧으면 짧을수록 일찍 수정된 것이고 따라서 맛도 좋다. 수정을 일찍 했으니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물어 알은 굵고 속대는 가늘다.
옥수수 수염에 꽃가루가 날아와 묻으면 쓸 만한 화분인가를 감정, 선별하는 기능이 있다. 잡초나 딴 식물의 꽃가루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같은 포기의 꽃가루보다 다른 포기의 꽃가루를 환영한다. 이것은 될 수만 있다면 딴 옥수수 피를 섞어보자는 생존전략이다.
- 민들레 는 미혼모 메밀꽃은 바람둥이
- 글쓴이 반옥
- 펴낸곳 도서출판 다움
- 펴낸날 1998년 6월 15일
- p313 ~ 321
- 값 9,000원
<옥수수 암술(꽃)> <옥수수 수술(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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