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 이익(1681 ~ 1763)이 언젠가 삼두회(三豆會)를 연다면서 가까운 친척들을 불러 식사를 대접하였다. 내놓은 요리인즉, 모두가 콩을 재료로 한 음식으로 콩을 갈아 쑨 콩죽에 콩으로 담근 두부, 콩을 소금에 절여 만든 된장이었다. 그렇게 남녀노소가 콩 요리 세가지를 나눠 먹고 밤이 이슥하도록 담소를 즐긴 다음 헤어졌다. 성호는 콩 음식이 값도 싸고 만들기도 쉬워 삼두회를 열었으니 앞으로는 이 모임을 가법(家法)으로 만들어 이어가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그자리에 참석했던 이현환은 모임의 과정과 사연을 "삼두회서(三豆會序)"라는 글로 써서 그날의 훈훈한 분위기를 뒷날에 전해 주었다.
"남들이 즐기는 것처럼 나도 고기 맛을 잘 안다만, 음식이란 씹어서 목구멍으로 넘기면 고기나 채소나 매한가지라." 성호가 평소 입버릇처럼 해 온 말이다. 그래서 쌀 반, 콩 반으로 밥을 지어 먹고는 오히려 그게 맛이 더 좋다고 하여 콩밥 먹는 기쁨을 시로 지었다. 문집에 실린 「반숙가(半菽歌)」, 즉 「밥에는 콩이 반이다」 라는 시가 바로 그 작품이다.
"쌀과 함께 합쳐 고루고루 뒤섞어서
솥에 넣고 삶아대니 모락모락 김이 오르네
사발에 담아 모임을 여니 향기가 진동하고
수정과 화제(보석)가 이곳저곳 반짝이네
..................
..................
앞마을에는 밥 짓는 연기도 일어나지 않으니
콩도 내게는 사치가 아닐런지
부귀한 자들 호사를 다퉈
밥 한끼에 만 전을 뿌려 비린내 진동하네
가슴 채우고 배가 불러도 쉬지를 않고
백성들 고혈 빨아 탐욕을 채우네"
이 모임이 우리를 감동하게 만드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조촐한 음식을 차려놓고서 훈훈한 정을 가슴으로 느끼며 학문을 논하는 모습 때문이다. 이현환은 그날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집에 몇 가마의 쌀이 없는 것도 아니건만 굳이 콩 요리를 내놓고 모이라고 하셨다. 그 자리에 젊은이와 어른이 모두 모이자 해박한 지식과 굉장한 언변으로 옛일을 말씀하셨다. 자세히 헤아리고 쪼개어 분변하시니 말씀마다 법도에 맞아 구경하고 감화된 자가 많았다. 콩 모임을 연 결과가 어떠한가?"
콩으로 만든 요리 세가지는 실로 너무도 성대한 만찬이었다.
- 천년 벗과의 대화
- 안대회 지음
- 펴낸 곳 : (주) 민음사
- 1판 3쇄 펴냄 2014년 2월 27일
- p101 ~105
- 값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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