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밀, 기타 맥류

밀이 귀해 수제비는 양반집 잔칫상에서나

산들행 2014. 8. 30. 14:45

수제비는 팥수제비, 애호박수제비, 다슬기수제비, 고구마수제비, 감자수제비, 낙지수제비, 고추장수제비, 해물수제비 따위가 있으며, 그 종류가 다양한 만큼이나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옛날엔 궁궐이나 양반집 잔칫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이었다.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는 "고려에는 밀이 적기 때문에 중국에서 수입한다. 그러나 밀가루값이 비싸서 혼인이나 잔치 같은 날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 라는 기록이 보인다. 우리 겨례의 주식은 쌀과 보리였기에 밀의 재배는 아주 적었고 그래서 값이 비싸며 귀해 일반 백성들은 먹을 수가 없었다.

 

일제강점기에도 수제비는 귀했다. 《개벽》72호 1926년 8월 1일 기사에는 우리가 계림장(鷄林莊)에서 고생하던 일을 생각해보자. 하로에 밀가루 수제비 한번을 변변히 못 먹어도 우리 깜녕에는 어느 정도까지는 자유롭고 활발하게 놀엇다. 호언장담으로 만장(萬丈)의 기함(氣陷)을 토하야 산하를 들어마시고 우주를 때려부실드키 방자호탕하게 놀지 안엇든가?"라는 글이 보인다. 그러나 이때의 수제비는 《고려도경》의 '귀한 수제비'이기보다는 쌀, 보리를 대신하는 음식으로 느껴진다. 지금은 다시 '별미'라는 인식이 강해졌지만 시대별 수제비에 대한 느낌은 달았다.

 

- 하루하루가 잔치로세

- 김영조 지음

- 펴낸곳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0월 9일 1쇄 펴냄

- P254~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