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엇 프리드먼(Harriet Friedmann)이 주장했듯이 기존 주식이 무엇이었든 간에 1950 ~ 1960년대에 식량을 자급했던 국가들이 식량을 수입하기 시작했을 때 그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밀이었다. 이는 식량 원조의 대부분이 밀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쌀의 고향'이라는 긍지가 있었던 한국에서는 아이들에게 빵을 먹는 법까지 가르쳐야 했는데, PL-480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점심 때 빵이 무상으로 제공되었다. 톰 레러(Tom Lehrer)가《늙은 마약 상인(Old Dope Peddler)》에서 "오늘의 어린이가 내일의 고객"이라고 기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와 동시에 한국의 밀 생산량은 감소했다. 1966년과 1977년 사이 밀 수입량이 4배로 증가함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밀은 86퍼센트 감소했다. PL-480 원조의 다른 수혜국들도 마찬가지다.
밀은 미국 농업계의 강제적인 설득 수단이었다. 냉전시대의 식량 원조는 정치·경제적이면서 동시에 심미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물고기를 잡아주면 하루는 먹을 수 있겠지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면 평생 먹을 수 있다"는 금언을 반복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식량 원조는 "빵을 주면 하루를 먹을 수 있겠지만, 빵 맛을 알려주면 평생 고객을 만드는 셈이다"라는 기치하에 기존의 풍부한 식량에 대한 개념을 탈피했다.
- 식량전쟁
- 리즈 파털 지음 / 유지훈 옮김
- 펴낸곳 (주)영림카디널
- 2011년 12월 30일 초판 5쇄 발행
- p369 ~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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