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나 '폼페이: 최후의 날'에 등장하는 로마시대 검투사들은 하나같이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그런데 실제 로마 검투사들이 어떤 식생활을 했는지 적혀있는 기록을 보면 콩이나 보리, 마늘을 많이 먹었다는 자료는 있지만, 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은 거의 없다. 검투사들은 당시 로마 사람들이 잘 먹지 않았던 보리를 먹는다고 해서 '보리 먹는 사람들'이란 뜻의 '호르데아리(Hordearii)'라고 불리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메드유니 비엔나와 스위스 베른대 공동 연구팀은 현재 터키에 위치한 에페소스에서 기원전 2~3세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검투사의 유골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검투사들은 '거의 대부분' 채식만 했는데 대부분 곡류였고, 고기는 없었다. 당시 가축 사료로 쓰이던 보리를 먹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보리 먹는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검투사들을 지칭했다. 그런데 검투사들의 뼈 속에서는 일반인과 다른 물질이 한 가지 검출됐다. 뼈를 구성하는 미네랄 가운데 스트론튬(strontium)의 비율이 특이하게도 높았다. 기록을 보면 '검투사들은 식물을 태운 재를 물에 섞어서 마셨다'는 내용이 있는데, 검투사들은 칼슘, 스트론튬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된 '잿물'을 마셔서 뼈를 튼튼하게 만들었다. 칼슘은 뼈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핵심 원소이고, 스트론튬은 칼슘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골다공증 치료제나 치아 시림을 막는 치약 성분으로 널리 사용된다.
당시의 하층민에 속했던 검투사들은 만성적 영양 결핍 상태에서 '말에게나 주는 사료'였던 보리를 죽으로 쑤어먹고, 쓰디쓴 잿물을 벌컥벌컥 들이켰을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 출처(편집하였음) : SBS/2014.10.23/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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