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서는 밀을 보리에 빗대어 작은 보리, 즉 소맥(小麥)이라 하는데, 성질이 약간 차고 평하다고 하며 맛은 달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괴로울 정도로 열이 나는 번열로 잠을 거의 못 자는 병을 치료하고 갈증을 멎게 한다고 한다. 또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간의 기운을 기르는 데 효과가 있다. 밀 껍질의 성질은 차고 낟알은 뜨거우니 껍질째 약에 넣어 쓴다. 이때 껍질이 터지면 안되며, 터지면서 성질이 따뜻해져서 가슴이 답답한 번열을 없앨 수 없다.
밀은 가을에 파종해서 겨울에 자라고 봄에 꽃이 피어 여름에 알곡이 들어차니, 사계절의 기운을 모두 갖추었다. 그러므로 밀가루의 성질은 뜨겁고, 밀기울의 성질이 찬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밀은 오곡 가운데서도 대단히 귀하다. 따뜻한 지방에서는 봄에 파종해서 여름에 수확하기도 하지만 기운을 받은 것이 부족하므로 독성이 있고 밀가루의 성질도 차다고 한다. 또한 밀은 심기(心氣)를 기르기 때문에 심장병에 먹으라고 한다. 물론 이때 밀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밀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밀가루는 소화의 근본이 되는 속의 기운인 중기(中氣)를 보하고 장과 위를 튼실하게 하며, 기력을 강하게 하고 오장을 건강하게 한다. 오래 먹으면 사람을 튼튼하게 만든다. 밀은 성질이 차지만 밀가루로 만들면 따뜻하고 독성이 생긴다. 밀가루에 열독이 있는 것은 대부분 오래되어 색이 변하거나 밀가루로 제분하는 과정에서 돌가루가 섞였기 때문인데, 그래서 절구에 찧어 먹는 것이 좋다.
- 채식보감
- 지은이 김길우
- 책읽는수요일
- 초판 1쇄 발행 2014년 3월 3일
- p86 ~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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