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밀, 기타 맥류

보리밥인 맥수라를 즐긴 영조

산들행 2015. 1. 14. 20:09

영조는 보리밥을 뜻하는 맥수라(麥水刺)를 좋아하였다. 영조는 여름이 되면 보리밥인 맥수라를 즐겨 먹었다. 아마도 왕세자로 있을 때부터 보리밥을 즐긴 듯하다. 영조의 나이 68세가 되는 1761년(영조 37) 3월 26일도 내의원에서 "수라는 어떠하신가요?"라고 묻자, 영조는 "먹기 싫은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맥수라는 조금 낫다. 그러니 드문드문 조금씩 올려라."라고 말하였다. 환갑을 넘기면서 영조는 입맛을 자주 잃었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보리밥이 자주 식탁에 올랐음을 이 글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영조는 보리밥을 어떻게 먹었을까? 1767년(영조 43) 4월 14일 아침에 약방 도제조 김치인과 영조가 나눈 대화에서 짐작할 수 있다. 영조가 김치인에게 "어제 비가 적지 않았지?"라고 묻자 김치인이 "호미로 땅을 팔 만큼 비가 왔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영조는 다시 "맥수라도 그것을 능가한다"라고 말하였다. 김치인은 "새로운 맥수라를 올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라고 답하였다. 보리밥에 물을 말았는데, 물 양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이렇게 말한 것이다. 영조는 민간에서처럼 보리밥을 물에 말아 먹으면서 아마도 간간한 조기를 반찬으로 먹었을 것이다.

 

보리밥을 좋아한다고 내의원에서는 여름만 되면 보리밥을 올렸다. 그러자 영조가 싫은 소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1761년(영조 37) 6월 11일에 영조가 설사를 심하게 하였는데 이날 오후에 설사가 멈추자 영조는 "오늘 아침에 맥수라를 먹으려고 하는데 문득 맥수라도 이제 맛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맥수라를 이제 조금씩만 올려라."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맥수라는 수시로 영조의 식탁에 올랐다.

 

보리밥은 비타민 B1이나 B2가 쌀밥보다 많아 각기병 예방에 좋고,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장이 썩 좋지 않았던 영조에게 보리밥은 매우 좋은 음식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보리밥을 많이 먹으면 소화 기능이 떨어져서 오히려 속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신하들은 영조가 한번 좋다고 한 음식이라 여름만 되면 맥수라를 올려서 영조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p54 ~ 57)

 

영조는 더위를 먹고 입맛을 잃었다. 당연히 매일 먹는 수라도 문제가 되었다. 영조는 스스로 "콩으로 지은 밥인 두반(豆飯)은 싱거워서 좋지 않고 보리밥은 싱겁지는 않지만 매번 (몇) 숟가락을 먹지 못한다." 라고 고백하였다. 영조가 50세가 넘으면서 자주 병을 앓았고, 특히 여름이 되면 설사와 현기증, 그리고 한열과 갈증으로 고생하였다. 이런 증세로 인해서 입맛을 잃어버려 자신의 여름에 즐겨 먹었던 두반이나 보리밥이 싱겁게 느껴졌다. 결국 입맛을 되살리기 위해서 천초가 들어가서 매운맛이 나는 음식이나 고초장을 즐겨 먹게 되었다. 천초는 산에서 자생하는 매운맛을 내는 열매다. 67세가 된 1758년(영조 34) 12월 19일에 영조가 여러 의관과 대화를 나누면서 음식을 먹을 때 구미가 당기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의관들이 온갖 생선과 고기, 그리고 채소와 과일의 이름을 번갈아 가면서 올렸다. 영조는 그들의 말을 듣고 모두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가을보리밥(秋牟飯, 추모반)과 고초장(枯椒醬), 그리고 즙저(汁菹)가 입에 가장 잘 맞는다고 하였다. 고초장은 고추장이고, 즙저는 콩과 밀기울로 담근 된장에 외를 박아서 만든 일종의 외장아찌다.(p58 ~ 65)

 

- 장수한 영조의 식생활

- 주영하 지음

- 발행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 발행일 2014년 6월 10일 초판 1쇄 발행

- p54 ~ 57, p58 ~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