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밀, 기타 맥류

볼로그, 녹색혁명과 다국적 기업의 성장

산들행 2015. 6. 6. 13:54

미국은 1960년대에 식량원조 공급량을 줄이면서 세계를 먹여 살리는 부담을 다른 산업국가들과 나누고자 했다. 세계의 곡창 역할을 하며 높은 저장비용을 지불하는데 진력이 난 것이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는 상업적인 수출을 증대해 곡물제고량을 줄이면서 동시에 녹색혁명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전략을 취했다.

 

녹색혁명 보급이 활기를 띤 것은 1960년대 ~ 1970년대였다. 당시 미국 정부와 민간 자선재단은 개도국의 환경에 맞는 산업형 모델 개발 연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많은 개도국들이 이 연구의 혜택을 받고자 했다. 특히 멕시코 정부는 옥수수, 콩, 밀 같은 곡물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산량 증가를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정부, 록펠러재단 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록펠러재단은 농업연구 프로그램을 착수했다. 이 프로그램을 주도한 과학자는 미국의 농업과학자 노먼 볼로그였다. 볼로그는 일본의 식물 유전자를 활용해 밀의 왜성품종(Dwarf varieties)을 육성하는데 성공했다. 볼로그의 연구는 '기적의 종자'라고 불리는 품종의 생산으로 이어졌다. 비료 및 관개시설과 함께 사용된 이러한 잡종종자 덕분에 멕시코의 곡물 수확량은 이전보다 증가했다.

 

새로운 종자는 일조시간에 민감하지 않은 데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다양한 재배환경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 덕분에 동일한 땅에서 일 년에 어러 번 수확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생산량이 두 배로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헥타르당 곡물 수확량의 증가는 괄목할 만했다. 그리하여 녹색혁명의 기술 패키지는 멕시코와 다른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을 포함해 인도, 파키스탄 등 여러 개도국에서 널리 채택되었다. 새로운 종자로 재배한 특정 작물의 수확량은 획기적으로 증가해 멕시코는 식량을 자급하게 되었다.

 

그러나 개도국들이 녹색혁명 기술을 완전하게 보급하기 위해서는 주도면밀하게 준비된 계획에 따라 농자재 패키지를 도입해야 했다. 이러한 농업 모델을 보급하기 위한 노력은 미국의 록펠러재단과 포드재단, 그리고 세계은행과 FAO 같은 국제 기구들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이들이 도입한 수단으로는 관개시설 같은 필요한 인프라 건설을 위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농민들이 패키지에 포함된 여러 농자재를 구입하도록 돕는 농촌융자계획이 있었다. 이 보조금 프로그램은 농업 방식의 산업화를 추진한다는 명백한 의도 아래 브라질, 인도, 멕시코,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도입되었다.

 

USAID, 민간재단, 다국적 원조 기구들이 자금을 지원한 해외원조 프로젝트도 녹색혁명 보급 노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960 ~ 1970년대에는 총체적인 개발방식의 일환으로 녹색혁명 기술과 기반시설 패키지가 포함된 농촌종합개발을 지원하는 해외 원조 프로젝트들이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환경에 맞는 종자 육성 및 생산을 연구하는 현지 연구소를 설립하고, 종자와 비료를 구매하는데 필요한 농촌융자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농민들에게 자문을 해주는 지도원을 두고, 관개시설 같은 인프라를 마련했다.

 

개발도상국 전역에서 녹색혁명 기술이 도입된 배경에는 특정 작물의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지리적 환경에 따라 녹색혁명 패키지를 수정하는 역할을 한 정보 지원 농업 연구소들의 힘이 컸다. 이 연구소들은 원조국 정부와 FAO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 기구들과 연계한 록펠러 재단과 포드 재단의 지원으로 1960 ~1970년대에 설립되었다. 이 연구소들의 예로는 멕시코에 위치한 옥수수·밀 연구소(CYMMIT), 필리핀에 위치한 국제쌀연구소(IRRI), 서아프리카 쌀개발연합(WARDA) 등이 있다. 이 농업 연구센터들은 세계은행의 자금지원을 받는 국제농업연구 종합기구가 총괄하는 광범위한 농업 연구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녹색혁명을 위한 자금 및 연구 인프라는 공공기관의 주도로 설립되었지만, 민간 부분도 산업형 농업을 개발도상국에 확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과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잡종종자와 비료, 농약을 판매하는 농업투입재 기업들은 개도국 농민들이 점차 새로운 투입재에 의존하게 되자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판매량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 식량의 제국

- 지은이 제니퍼 글랩 / 정서진 옮김

- 펴낸곳 이상북스

- 초판 1쇄 발행 2013년 1월 7일

- p 60 ~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