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을 처음 구경한 조선의 선비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땅콩을 보고 신기하고 괴이한 과일이라며 놀라는 모습이다. 그 중 한명이 정조 때의 석학이며 실학자였던 이덕무인데 저서인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땅콩을 보고 놀란 마음을 적어 놓았다. 땅콩은 4월(음력)에 꽃이 피었다가 지는데 꽃이 떨어지면 꽃 줄기가 흙 속에 묻히면서 결실을 맺게 되는 특이한 과실이라고 했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서 열매가 열리는 땅콩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엽기적인 식물처럼 묘사해 놓았다.
"낯선 이국 땅에는 죽은 사람의 간을 땅에다 묻어 놓으면 다시 사람으로 나오는 곳이 있다고 들었고 또 먼 사막에는 죽은 양의 뼈를 묻으면 땅 속에서 양이 나오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꽃이 떨어지면 땅 속에서 과일이 열리니 땅콩도 마찬가지 이치인 것 같다."
땅콩을 보고 놀란 것은 비단 이덕무 한 사람만이 아니다. 정조 이후 중국을 다녀온 조선의 선비들은 현지에서 중국 사람들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아 땅콩을 먹거나 선물로 땅콩을 받으면서 한결같이 이런 신기한 과일이 없다며 놀라고 감탄한다.
땅콩은 남미가 원산지이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처음 탐험한지 10년이 지난 1502년 포르투칼 의 무역상인이 브라질에서 아프리카로 땅콩을 가져가면서 유럽에 땅콩이 전해진다. 땅콩은 명나라 때 포르투칼 상인에 의해 중국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땅콩을 재배한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그러니까 정조 무렵을 전후해 조선 사람들은 땅콩을 처음 보았으며 실제로 땅콩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도 그 후의 일이다.
중국에서 땅콩을 처음 본 조선의 선비들이 신기한 과일이라며 놀란 것은 땅콩이 이치에 맞지 않는 식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꽃이 모래 속에 떨어져 묻히면 모래에서 저절로 열매로 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식물이라면 씨앗을 심거나 뿌리를 심어 줄기가 나온 후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데 땅콩은 꽃이 떨어져서 땅 속에 꽃이 묻히면 열매로 변한다고 믿었으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과일이었던 것이다.
땅콩의 한자 이름인 낙화생(落花生)도 여기서 비롯된 이름이다. 떨어질 낙(落), 꽃 화(花), 날 생(生)자로 이뤄진 이름이니 꽃이 떨어져서 열매가 생기는 과일인 것이다. 땅콩이라는 순수 우리말 이름은 땅에서 나오는 콩이라는 뜻이니 낙화생의 결과로 열린 열매를 강조한 이름이다. 영어로 땅콩은 Peanut이다. 완두콩(Pea)처럼 생긴 견과류(Nut)라는 뜻이다. 영국에서는 땅콩을 땅에서 나는 완두콩이라고 해서 Groud pea 또는 땅에서 나는 견과류라는 뜻으로 Groud nut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의 땅콩과 비슷한 개념의 작명이다.
-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 지은이 윤덕노 - 펴낸곳 청보리미디어 - 초판 3쇄 발행/2011년 12월 8일 - p193 ~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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