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의 오일장은 때깔도 좋다.
장보러 나온 사람들은 장보기에만 여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만난 동무들과 수다며 너스레를 떠는 일에도 여념이 없다.
나는 지금 시장안,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퉁이의 허름한 선술집에 앉아
창밖 경치를 내다보고 있다.
주모는 하염없이 늙었으나 굳세기가 박달나무 방망이와 같다.
거의 온 생애를 이곳 시장통로 근무한 나머지
그녀는 장의 역사와 풍속에 통달해 버렸다.
그녀는 말한다.
"좋았던 시절은 진즉에 다 가 버렸슈!"
오일장의 맛이 가버렸다는 평이다.
하지만 춘삼월의 장날은 이거 참 때깔도 좋다.
그런대로 풍성하고 그럭저럭 옹골차다.
장보러 나온 사람들은 장보기에만 여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랜 만에 만난 동무들과 수다며 너스레를 떠는 일에도 여염이 없다.
- 산촌여행의 황홀
- 지은이 박원식
- 도서출판 창해
- 초판 1쇄 2009년 10월 12일
- p32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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