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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영조 목숨을 구한 고추장, 장남 사도세자 죽였다.
- 황대일 기자 (서울=연합뉴스, 2017.03.20)
문헌에서 고추장을 처음 기록한 것은 1740년이다.
수문사설이라는 책에는 전라도 순창 고추장을 소개한다.
고추장은 사찰 승려들이 발명해 민간에 보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에 전해진 고추장은 불과 70~80년 만에 국민 반찬으로 자리 잡았다.
고추 특유의 풍미가 진하고 달콤한 데다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장점 덕분이다.
1749년 이후 영조 행적을 기록한 승정원일기에 고추장 기록이 있다.
영조는 "고추장이 일찍 나왔으면 왕에게 올리도록 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있다.
고추장이 궁궐 반찬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발언이다.
영조는 고추장 예찬론자였다.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살아난 기억과 입맛 때문이었다.
영조는 즉위 24년(1748년)에 심한 현기증과 입안 염증으로 밥을 먹지 못해 기력이 고갈됐다.
생명이 위독한 상황을 맞았으나 장남인 사도세자 덕분에 건강을 회복한다.
비결은 궐 밖에서 구해온 고추장이다.
수라상에 오른 고추장을 먹고 56세 노인이 입맛을 되찾은 것이다.
이후 고추장은 수라상 단골 반찬이 됐다.
영조는 궁중보다는 민가에서 담은 고추장을 선호했다.
입맛을 사로잡은 고추장은 사헌부(검찰) 간부인 조종부 집에서 담근 것이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궁궐 내에서 한동안 당황스런 일이 벌어졌다.
조종부는 특정 당파의 이익을 위해 좌의정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판단한 영조가 괘씸하게 여긴 인물이기 때문이다.
고추장 출처가 드러나 부하들이 한동안 긴장했으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확연히 돋보이는 맛 때문에 영조가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조는 70살을 넘어서도 고추장을 즐겼다. 송이나 생전복, 꿩고기가 밥상에 오를 때 반드시 곁들여 먹은 것이다.
맵고 달착지근한 고추장 맛에 빠져든 영조는 83세까지 살았다.
조선 왕 27명 가운데 최장수를 누렸으나 정작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사도세자는 요절했다.
영조는 사도세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트집 잡아 괴롭혔다.
급기야 사도세자가 심한 정신질환을 앓자 뒤주에 가둬 갈증과 굶주림으로 8일 만에 죽게 했다. 그때 나이 28세였다.
사도세자의 고추장 효성이 아버지를 살리고 본인은 죽은 비운을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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