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리는 수려한 외모 덕분에 관상식물로 주목을 받는데, 이른 봄 어린 순을 뜯어 나물로 무처먹거나 시래기처럼 엮어 말려서 국거리나 묵나물로 애용한다. 흔히 넘나물이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음력 정월 대보름에 넘나물로 국을 끓여 먹었으며, 궁중에서는 '원추리탕'이라는 토장국을 즐겼다고 한다. 어린순과 꽃을 따서 김치를 담가먹기도 했다. 뿌리에서 녹말을 뽑아 쌀과 보리와 함께 떡을 만드는 구황식물이기도 하다.
조선 숙종 때의 실학자 유암 홍만선은 「산림경제」에서 맛이 신선이 먹는 음식처럼 보드랍고 담박해 송이보다 낫다며, 나물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옛날 중국에서는 바다에서 오래 항해할 때 비타민결핍증에 걸리지 않도록 중국차와 금침채(金針菜, 원추리 꽃은 봉오리가 황색으로 가늘게 솟아나오기 때문에 금침채 라고도 부른다)를 가지고 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원추리의 영어명은 '한낮의 백합(Day lily)'인데, 꽃이 백합과 비슷한데다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망우초(忘憂草)는 근심을 잊어버린다고 해서 붙은 원추리의 또다른 이름이다. 고대 중국의 「이화연수서 李華延壽書」 라는 책에는 '원추리의 새순을 먹으면 바람을 일으켜서 취한 것처럼 정신이 아득해지기 때문에 망우(忘憂)라 한다'며 그 기원을 설명하고 있다.
원추리는 나물로 많이 먹지만 고사리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데치지 않고 섭취할 경우 유독성분으로 인해 식중독 증세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 예로 2007년에는 인천시의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22명이 점심을 먹고 나서 복통과 울렁거림을 호소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2009년에는 경기 성남시의 대형 쇼핑몰 직원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직원 700여명 가운데 80여명이 복통, 구토, 메스꺼움, 설사,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이 두 사건의 주범으로는 식단에 오른 원추리나물이 지목됐다. 독성물질을 충분히 제거하지 않은 채 반찬으로 제공했던 것이다.
원추리에는 콜히친이라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체내에서 산화된 후 이산화콜히친을 형성해 구토, 복통, 설사, 어지럼증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6년간 동식물 등 자연독에 의한 식중독 보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 18건에 환자 수는 231명이었다. 독버섯 중독사고 4건 30명을 포함해 식물성은 11건에 211명, 동물성은 복어독 6건 16명과 영덕대게 알 1건 4명으로 모두 7건에 20명이었다. 이 가운데 원추리가 2건 104명으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냈다. 봄철 나물로 흔하게 이용하는 원추리이지만 그에 따른 피해도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요리해 먹다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으니 식용할 때는 조리 과정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 지은이 김원학, 임경수, 손창환 - 펴낸곳 (주)문학동네 - 1판2쇄 2014년 5월 12일 - p5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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