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임진왜란(1592~1598) 무렵 한반도에 들어왔다. 유럽인 이 아메리카 대륙의 고추를 가져다 퍼뜨린 지 거의 100년 만에 한반도에 닿은 것이다. 고추는 세계인의 식탁에 두르 쓰이지만 한국인이 단연 많이 먹는다. 음식마다 들어가는 것이 고추다.
고추가 한국음식에 특히 많이 들어간 이유에 대해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는 소금을 대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의 주식은 밥이다. 그 밥을 많이 먹기 위해서는 짠 음식이 필요한데, 소금이 귀하니 고추가 들어간 매운 음식을 조리하여 먹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짠지가 김치로 발전하는 과정을 살피면 주영하 교수의 추론이 타당해 보인다.
고추는 부패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으므로 짠지에 고춧가루가 들어가 김치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소금의 양이 많이 줄었을 것이다. 또 조선시대의 경우 소금은 전매품이었고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일부 지역에서는 소금 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니 바다가 먼 농촌 지역에서는 고추를 재배하여 소금을 대신하려는 노력들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소금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추 소비량을 늘린 한국인의 음식 습성을 설명하는 데에는 주영하 교수의 주장에 다소 부족함이 있다.
조선시대 소금 부족으로 생긴 고추 과잉 섭취가 캡사이신 중독 수준에까지 이르러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나, 한국전쟁 이후 급격한 도시화를 이루면서 저급한 음식재료를 구할 수 밖에 없는 도시의 한국인들이 그 재료의 맛을 숨겨 먹을 만하게 조리하기 위하여 고춧가루를 과다하게 사용한 것이 아닌가 추론할 수도 있다. 고춧가루에 설탕, 소금 이 셋만으로도 웬만한 음식은 먹을 만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 한국음식문화박물지
- 황교익 지음
- 펴낸곳 도서출판 따비
- 초판 2쇄 발행 2012년 3월 15일
- p137 ~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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