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모인 까닭은? 주정일 사무관 교육 수료 감상 수필
주 정 일
우리가 앉아 있어야 할 곳은 한강이었다. 서울의 한강은 낮은 곳 큰 강이지만 연수원의 한강은 높은 곳 큰 강의실이다. 지·행·연 한강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분야의 5급승진리더들이 가득하다. 한강에 함께 모인 뜻은 우리 스스로 발전하여 창조적인 핵심리더가 되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곳에 11월 상순 늦가을에 들어와서 아침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는 12월 중순까지 6주간 머물렀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니 안에서 스스로 쪼고 밖에서도 쪼아 줄탁동시로 새롭게 태어나면 비로소 한강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이제 여행을 떠나온 듯 한강에 머물다가 열정 가득, 행복 가득 채워 한강을 떠나가려 한다.
한강에서의 생활은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즙’을 마시면서 시작되었다. 대전 현충원을 참배해야 하고, 애국가도 4절까지 불러야 하는 것으로부터 이젠 무엇인가 변화된 예우를 느끼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선열 앞에서 새로운 지방적 역할을 부여받았음을 고하니 마음다짐이 굳건해지고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진다. 그리고 한강에 앉아 갖가지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다양한 분야의 열정적인 강의가 한강에 울려 퍼지고 감동과 감사의 박수소리도 가득하다.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모의과제로 역할연기, 서류함기법, 구두발표, 집단토론 등을 발표하고 피드백 하니 같은 듯 다른 의견으로 배우고 익힌다. 그리고 주관식이든 객관식이든 문제는 문제를 풀어버리면 끝나는 문제인데, 잠시 그것으로 스트레스 받았다는 것도 아련하다. 분임토론이며 분임연구보고서와 ppt를 작성하던 것도 이제는 추억 속에 잠겼다.
“사관님! 간식 드세요”, “아주 근소하죠”
“오늘은 분임토의를 얼릉 끝내시고 중식 얼릉 드시고 집에 빨리 가세요."
“3주차가 지나가면 시간이 어마무시하게 빨리 갑니다. 그 전에 즐겁게 놉시다.”
“이번 주말은 아무 생각없이 안전하게 놉시다.”
“연수원 주변의 노숙자를 잘 챙깁시다.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꽃뱀도 조심하세요.”
“벌써 2주차가 시작됩니다. 오늘 퇴근 후 무엇을 먹을지 생각해 봅시다”
“앞전 교육생 PC에 있는 자료를 USB에 담아 가세요. (후배들에게 파세요).”
“12. 14 쯤부터 엄청난 양의 축전과 꽃다발이 옵니다. 꼭 찾아가세요.”
“강의실에 두지 마세요. 간부님들이 알면 큰일납니다.”
낯선 환경과 긴장 속에서 그래도 함께 한 이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알림들이 한강에 널리 공지되었다. 그리고 강의는 일상화 되었고 우리는 적응되었다. △△△사관이란 호칭들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개성들이 이제는 분임의 개성이 되었다. 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너를 보면 알 수 있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고자 나만의 이야기와 너만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우리 이야기를 만들고, 담양 대통술과 떡, 무주 머루와인, 상주 곶감, 옥천 송이술 등으로 몸을 보양했을 뿐 아니라 한강표 감기도 같이 앓아가면서 함께 하였으니 모두 당신들이 있어 행복한 날들이었다.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바람의 빛깔)”란 노래도 같이 들었다. “북한산 호두도 통일되면 국산”이라는 넓은 안목으로 유붕이 자원방래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여기고 “소주와 맥주가 만나 소맥”이 되듯이 해마다 함께 하여 한 분임임을 잊지 않길 다짐해 본다. 아니 여의치 못한다면 이 땅에 밴드가 열리고 카톡이 난무하니 감성 ICT 기술로서 충분히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강을 떠나 먼 곳으로 댕기는 것이 젤로 즐거웠다. 벚나무 가로수길이 낙엽지고 먼 산이 알록달록 물든, 늦가을 경치가 가득한 경주에서부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눈길을 걸어 갈 때 어지럽게 걷지 말기를,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라는 백범 김구 선생의 가르침은 앞으로 우리가 어떠해야 하는지 이정표가 될 교훈이었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예수가 아니고 예수를 위한 한국이 되니 이것이 어쩐 일이냐. 이것은 노예정신이다” 라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일갈은 우리가 어떤 정신으로 공직에 헌신해야 하는지 명심해야 할 경구이었다. 모름지기 애국심과 국가관은 저래야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괜한 나라 걱정을 한다. 민생현장 체험은 우리 분임이 이제는 하나로 뭉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유익한 경험이었다. 농촌경제와 연계한 지역 관광자원의 활용 사례를 배우고, 몸 풀기 족구도 하였으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만찬과 노래로 저녁경제를 풀어가니 한 마음이 되어야 할 우리 분임을 알아가는 날이었다. 그 중 청명한 날인데도 덕유산의 향적봉에서 찬바람에 온 몸을 달달 떨며 머루와인을 마신 기억과 산행객들에게 사관 되심을 축하받은 일이 선명하다. 장성에서 조직의 부조리는 또 다른 조직이 조직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청렴강의와 박수량의 백비를 보면서 청백리 정신을 이어받아 살아있는 염근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배웠으며, 편백나무 숲에서 피톤치드 머금은 비를 맞으며 산책하였다. 장성관광호텔에서 밤마실에 모인 듯 옹기종기 마주 앉아 머루와인을 나누니 더욱 가까워졌음을 확인하고 해마다 모임하자고 결의하였다. 영광 참살이에서 낮은 곳에서 실천적 봉사로 인생을 살아가시는 분들을 뵙고, 김장 준비와 낙엽 치우기 등으로 봉사활동을 하였다. 연일 계속되는 교육과정과 저녁경제 살리기 등으로 심신이 미약해지니 장어로 원기를 보하고 선운산 정기로 추스린 적도 있으니 함께 한 날들은 영원할 것이다. 이렇게 한강을 넘나드는 활동으로 우리 분임은 하나가 되었다.
'Maximize your happiness'
쉬는 시간에 차를 마시면서 종이컵에 적혀있는 이 글을 곰곰이 생각하곤 했다.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꿈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라 여기고 꿈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이제 이곳 한강에서 출발하여 다시 여행을 떠난다.
용진집 막걸리
삼천동 막걸리골목에 우리 분임 모인 까닭은
함께 한 정을 잔에 담아 격하게 돌리기 위해서다.
빈 접시 치워지고 가득 찬 주전자가 날으면
막걸리집 우리들의 결의가 온몸에 녹아든다.
동백꽃 아니 피어 막걸리집 육자배기 가락이 없었다고
내가 부르리.... 노래방에 울려 퍼지면
달아올라 비틀거린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
비로소 사무관 동기들이 하나 되었다 한다.
또 다른 좋은 날에 막걸리 한잔이면
말하리라. 우리 자리가 꽃자리였다고.......
전주비빔밥
비빌밥을 비비니 비빔밥이 되었네.
섞인들 어떠하리 비벼진들 어떠하리
제 맛으로 풍미 가득 숟가락 휘날리니
놋쇠그릇 비워지고 배는 둥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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