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은 본디 북쪽 지역의 음식이다. 조선시대 문집 <계곡집>과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 등에 기록이 남아 있지만 현재의 모습을 갖춘 건 일제강점기 무렵부터였고, 평안도와 함경도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대부분의 냉면집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평양냉면은 고기 육수와 동치미 국물에 메밀로 만든 면을 넣어 먹는다. 소고기 육수가 대중적이지만 꿩이나 닭을 사용하기도 하며, 양념을 최소화해 담백한 맛을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비해 함흥냉면은 농마국수에서 유래했다. 농마는 녹말의 북한 사투리로 감자 혹은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면에 홍어나 가자미무침을 고명으로 얹어 비벼 먹는 국수로 '회냉면'으로도 불린다.
남쪽 지역의 냉면을 꼽자면 진주냉면과 부산밀면이 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야식으로 먹었다는 진주냉면은 죽방멸치와 갖가지 해물을 넣고 끓인 육수에 두툼한 육전을 고명으로 얹는다. 부산밀면은 이제 밀면만의 고유 역역을 가지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6.25전쟁 당시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이 만든 냉면에서 파생했다. 메밀을 구하기 힘들어 밀가루로 면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밀면이 된 것.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제 그만 냉면을 먹으러 가련다.
- 냉면 '땡'기는 날
- 글 김정원
- SRT 2017 JUNE VOL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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