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까지만 해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충무김밥이 오늘날처럼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데는 두 사람이 기여한 바가 크다. 한 사람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고, 다른 한 사람은 '원조 뚱보 할매' 어두이 할머니다. 바로 그 할머니가 '국풍 81' 향토음식 축제에서 충무김밥을 판 것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국풍 81'은 1981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5일 동안 여의도광장과 한강 둔치 등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었다. 축제 기간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다. 그중 하나가 '8도 미락정'이라는 향토음식 전시회였다. 각 지방에는 잘 알려져 있지만 전국적인 명성을 얻지 못했던 음식들이 '국풍 81'을 계기로 한꺼번에 서울에 진출했던 것이다.
'8도 미락정'을 통해 선을 보인 음식은 충무김밥을 비롯해서 전주비빔밥, 춘천막국수, 순창고추장, 대구따로국밥, 함흥냉면, 서울설렁탕 등이었다. 부산산성막걸리, 경주교동법주, 안동소주 같은 토속주도 있었다. 전주비빔밥이 오늘날처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된 단초를 놓은 것은 바로 '국풍 81'이었다.
전두환 군사정권은 일종의 통치전략의 하나로 전통문화와 예술을 정치적인 도구로 악용하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1주기를 맞는 전두환 신군부는 대학생을 비롯한 국민들의 체제 비판과 저항의식을 무력화시킬 만한 대규모 이벤트로 '국풍 81'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것이다.
- 음식이 정치다. - 송영애 지음 - 펴낸곳 채륜 - 1판 1쇄 펴낸날 2016년3월 10일 - p135~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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