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엽의 어느 시점이었다. 영조가 고추장을 처음 먹어보았다고 말한 영조 24년(1748)은 고추장의 존재를 문헌으로 가장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다.
영조 25년 초 영조는 마음의 병이 깊다는 등 5가지 이유로 세자에게 대리청정을 명한다. 영조는 심한 현기증과 입안 염증으로 밥을 먹지 못해 기력이 고갈되어 죽음이 임박한 처지였다. 사경을 헤매던 영조를 구원한 이는 세자였고, 세자가 한 일은 고추장을 구해 바치는 것이었다.
세자는 신맛 나는 음식이나 과일을 마련해 영조의 건강을 어느정도 회복시켜 주었다. 여기에 더해 수라상에 천초나 고추장을 올렸는데, 이는 영조의 입 맛에 딱 맞았다. 덕분에 영조는 기력을 급속히 회복할 수 있었다. 고추장에 매료된 영조는 고추장이 늙은이 입맛을 지켜준다고 칭찬하면서 맛 좋은 사가(조종부)의 고추장을 계속 반입하게 했다.
그러나 영조의 건강 회복은 세자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비치는 계기가 되었다. 영조가 고추장을 먹고 기력을 회복하자 대신들은 건강해진 영조를 찾아 대리청정하던 세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영조 31년(1755) 무렵 세자는 정신병을 얻게 되었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세자가 아버지인 영조에게 고추장을 바치지 않았다면 영조 38년 5월 뒤주에 갖혀 8일 만에 죽는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음식에서 장의 발달을 논할 때 고추장이 화룡점정의 의식을 치르는 순간 사도세자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 조선의 생태환경사
- 글쓴이 김동진
- 펴낸곳 도서출판 푸른역사
- 2017년 2월 28일 초판 24쇄 발행
- p264 ~ 265
'기타 작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꽈리고추의 유래와 재래종 신평고추 (0) | 2017.08.15 |
---|---|
조선시대 김치와 소금을 대체한 고추 (0) | 2017.08.15 |
고추 토종 재래종과 주산단지의 공통점 (0) | 2017.07.27 |
니콜라스 컬페퍼의 약용식물전집에 기록된 고추, 칠리고추 (0) | 2017.07.11 |
한국인의 유난스런 고추 사랑 (0) | 2017.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