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재래종은 주로 충북과 경북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는 이들 지역에서 고추가 많이 재배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은 지리적, 사회적, 경제적 여건에서 공통점이 많다.
첫째 이들 지역은 인근 지역에 비해 군세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1960년대부터 군 행정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소득작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울러 농민들도 농가 소득작물로 고추를 대량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1969년, 1978년에 있었던 고추 대흉작으로 인한 가격폭등도 농가들에게 고추 재배를 늘리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이들 지역은 해발 400m 이하로 평야지보다 산간지가 많아 고추 재배에 적합한 지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즉 논보다 밭면적이 많았고, 산간지가 있어 고추 재배에 적합한 지리적 여건이 되었다.
셋째 담배 재배와 겸하고 있어 고추 재배기술이 앞서가는 계기가 되었다. 담배는 연초조합에서 자금 지원, 재배기술 보급 및 지도 등을 통해 안정적인 농가소득을 확보해 주던 작물이다. 1970년대 연초조합에서 보급한 담배 재배기술인 육묘, 비닐피복, 건조기술은 당시 선진기술이었고, 자연히 고추 재배기술로 응용되었다. 또한 담배와 고추는 정식시기부터 수확시기까지 노동력을 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농가에서 겸업을 할 수 있었다.
넷째 이들 음성, 영양 지역은 우수한 재래종이 있었고, 전북 임실은 종묘회사의 교배종이 전국에서 제일 먼저 대량으로 보급되었다. 1970~1980년대 충북 음성을 대표하는 재래종은 중공초, 앉은뱅이고추, 붕어초 등이 있었고, 경북 영양을 대표하는 재래종은 수비초, 대화초, 별초, 우멍초, 팽이초, 갈초 등이 있었다.
- 토종을 찾아서 : 한국의 채소 재래종
- 지은이 임영빈
- 발행처 한국토종연구회
- 발행 2008년 11월
- p11 ~ 12
<고추, 그 맵디 매운 황홀>에서
고추와 전래의 된장문화가 만나 발효문화의 극치인 고추장을 만들어 낸 것은 18세기 후반의 일이다. 19세기 초 <규합총서>에는 이미 순창 고추장과 천안 고추장이 팔도의 명물로 실려있는 것이다. 고추장은 재료에 따라 찹쌀고추장, 보리고추장 등 다양한 종류로 나뉘는데, <증보산림경제>를 비롯해 <수문사설>, <역주방문>, <규합총서>, <농가월령가> 등에 고추장 담그는 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널리 알려진 고추 특산지인 경북 안동, 영양, 봉화, 청송, 예천, 의성을 중심으로 한 재래종 단지에서 생산되는 고추는 수비초, 대화초 및 그 변종들이다. 수비초와 대화초는 그 고추가 주로 재배되어 온 경북 영양군 수비면과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에서 따온 것인데, 이 둘은 추위에 강하고 광택이 뛰어나며 매운 맛이 많이 나는 특징을 지닌 최고급 품종이다. 특히 영양은 고추를 특산물로 지정할 정도로 고추 재배에 안성맞춤인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수비초, 대화초 이외에도 칼초, 벌초, 칠성초, 우멍초, 팽이초 등의 매운 맛과 단맛을 겸비한 우수 재래종이 재배되고 있다.
충북 음성과 괴산에서는 음성재래종 고추가 재배되어 오다가 1969년의 전국적인 고추 흉작으로 중국산 호고추가 들어오면서 음성재래종과 자연교잡되어 나온 붕어초, 앉은뱅이고추 등 우수한 품종이 나오기도 했다.
전북 임실은 재배지가 약간 고지대로 물이 잘 빠지고 기후 또한 고추 재배에 알맞아 임실재래종, 신평재래종 등의 질 좋은 고추가 나왔고, 전북 내륙지역과 정읍, 임실 등에서는 토착 재래종인 호남초를 재배하고 있다.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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