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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유난스런 고추 사랑

산들행 2017. 6. 18. 21:55

매운 고추는 세계적으로도 소비량 4위인 채소이다. 미국에서는 3위이고 유럽, 일본에서도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난하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고추 소비량이 3.8킬로그램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매운 라면의 연간 판매량이 8억 개에 이르고, 한 맛집 사이트의 3,000여 개 식당 중 매운맛 전문 음식점만 100여 개라고 한다. 한국에서 농가소득에 대한 경제적 기여도도 쌀, 돼지, 한우에 이어 4위이다. 채소류 중에서는 경제적 면에서 농가 기여도가 1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추 이전에도 매운 맛을 좋아했다. 예전부터 매운맛을 내는 호초, 천초, 겨자, 마늘을 김치 양념으로 사용했는데 고추가 그 역할은 대신한 것이다. 그리고 고추가 후추보다는 더 경제적이어서 고추를 더 찾게 되었다. 산초와 후추 등은 고추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고가라서 사용에 부담이 있는데, 고추는 비교적 재배가 용이하고 다른 매운맛의 향신료에 비해 저렴했다.

 

고추는 특히 옥수수, 콩, 쌀과 같은 순하고 전분이 많은 음식을 주식으로 하는 음식문화, 즉 멕시코. 인도 등에서 인기가 높다. 우리는 쌀밥이 주식이라서 밋밋하기 쉬운데 고추가 적절한 자극을 준다. 그리고 예전에는 소금이 엄청 귀했을 때, 산골이라면 소금보다 상대적으로 고추를 구하는 것이 쉬웠을 것이다. 소금이 없어 맛이 없어지는 부분을 고추의 매운맛으로 상당히 보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민족은 상대적으로 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밥에 어울리는 반찬의 향 정도면 만족하지 독특하거나 강력한 향은 선호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후추보다 고추가 인기 있는 이유일 것이다.

 

- 맛 이야기

- 지은이 최낙연

- 펴낸곳 (주)행성비

- 초판 1쇄 발행 2016년 10월 4일

- p1126~128


맛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