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콩

공지영이 쓴 버들치 시인의 콩나물국밥

산들행 2018. 1. 3. 20:52

나는 가을볕이 푸짐한 평상에 앉아 콩나물을 다듬었다. 버들치 시인은 내 옆에서 도마를 가지고와 앉았다. 시인이 가져온 바구니 속에서 붉고 푸른 고추와 파 그리고 마늘이 담겨 있었다. 시인의 도마질 소리가 멈출 때마다 집 옆으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났다. 멀리서 산새가 울고 가끔 감나무 이파리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버들치 시인의 콩나물국밥은 우리가 아는 그 전주식 콩나물국밥이지만 조금 다르다. 식감이 완전히 다르다. 먼저 큰 냄비에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고 끓인 육수에서 다시마와 멸치를 건져낸 후 다음은 콩나물을 넣어 한 김만 오르면 얼릉 건져 찬물에 담근다. 그리고 집간장으로 간을 약간 슴슴하게 맞춘다.


붉은 고추, 푸른 고추, 파, 마늘을 곱게 다져 준비하고 김치도 아주 작게 송송 썰어놓는다. 새우젓 약간과 고춧가루, 부순 김도 준비한다. 국밥그릇에 밥을 먼저 담고 콩나물을 그 위에 올린다. 푸른 고추와 붉은 고추, 파와 마늘, 김치 썰어놓은 것, 새우젓과 김가루를 구절판에 올리듯 둥그렇게 올리고 가운데 붉은 고춧가루를 뿌린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준비한 육수를 붓는다.


결론을 말하면, 나는 지금까지도 집에서 자주 이걸 해 먹는다. 아침에 눈뜨면 이 국밥이 생각난다.


- 시인의 밥상

- 지은이 공지영

- 펴낸곳 한겨레출판(주)

- 초판 1쇄 발행 2016년 10월 26일

- p 35 ~ 37

시인의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