캅시쿰(Capsicum)속에는 약 25종의 식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대부분 남미가 원산지이며, 그 가운데 5종이 재배되고 있다. 고추는 속이 빈 열매로 씨앗과, 씨앗이 붙어 있는 흰색의 스펀지 같은 태좌 조직을 감싸고 있는 외벽에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다량 들어 있다. 매운맛을 내는 화학물질인 캅사이신은 태좌의 표면 세포에서 합성되며, 태좌 외피 바로 아래에 방울 형태로 비축된다. 압력을 받으면 이 외피가 찢기면서 안에 들어 있던 캅사이신이 빠져나와 씨앗 전체와 열매 내벽에 뿌려진다. 약간의 캅사이신이 이 식물의 순환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소량이지만 과벽 내부와, 인접한 줄기와 잎에서도 발견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고추에 함유된 캅사이신 양은 그 식물의 유전적 구성뿐 아니라 성장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고온과 가뭄, 성장이 농도를 높인다. 캅사이신은 수분이 이루어진 시점부터 익기 시작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축적되며, 익기 시작하면 매운 맛이 약간 감소한다. 따라서 가장 매운 시점은 초록색이었던 열매의 색깔이 막 변하기 시작할 때다.
고추에서 발견되는 캅사이신 분자에는 몇 가지 형태가 있다. 고추의 종류에 따라 다른 종류의 매운맛이 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어떤 것은 빠르고 일시적이며, 어떤 것은 느리고 오래 지속된다. 영향을 미치는 구강 부위도 다르다.
이미 입안에 불이 났을 때 그 불을 끄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는 얼음처럼 차가운 것을 입안에 넣는 것, 다른 하나는 밥이나 크래커나 설탕 등 뭔가 단단하고 까칠까칠한 것을 입안에 넣는 것이다. 차가운 액체나 얼음은 캅사이신이 활성화 되는 온도 이하로 수용기의 온도를 떨어뜨리며, 까칠까칠한 음식물은 다른 종류의 신호를 보내 신경을 딴 데로 돌리게 만든다. 캅사이신은 물보다 알코올과 기름에서 더 잘 녹지만, 알코올성 음료나 지방성 음식물은 화끈거리는 느낌을 없애는데 찬물이나 설탕물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탄산음료는 오히려 자극성을 높인다). 이 모든 방법이 실패했다면, 캅사이신의 고통은 15분 안에 사라진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기 바란다.
- 음식과 요리 - 지은이 해럴드 맥기 / 옮긴이 이희건 - 펴낸곳 이데아 - 초판 3쇄 발행 2017년 6월 5일 - p612 ~ 515 |
'기타 작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추가 한반도에 전해진 과정은 일본일까 중국일까? (0) | 2018.07.22 |
---|---|
고춧가루와 신라면, 꿀꿀이죽을 대신한 라면 (0) | 2018.03.04 |
콜럼버스가 후추을 찾아 떠난 이유와 고기, 향신료 (0) | 2017.11.03 |
고추, 고추장을 처음 만든 승려, 궁궐내 고추밭 조성, 찹쌀과 고추장 (0) | 2017.08.16 |
꽈리고추의 유래와 재래종 신평고추 (0) | 2017.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