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고추가 우리네 김치의 혁명이라고 하는데, 식단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불교의 영향도 그 못지 않다. 소금에 절여먹는 발효식품인 저(菹 채소절임 저)가 불교국가인 고려에 와서 육류의 섭생을 강력하게 억제하면서 급격하게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다양한 채소류를 오랫동안 저장하면서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바로 저(菹), 즉 김치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대의 김장은 비교적 단순했다. 채소를 소금에 절이거나 간장과 된장에 절인 것, 혹은 소금이나 술지게미, 그리고 식초에 절인 것이다.
이후 17세기에 전래된 고추가 김장에서 붉은 혁명을 일으키고, 20세기 문전에 전래된 결구배추(속이 꽉 찬 배추, 그 이전에는 끝이 벌어진 반결구배추가 한국의 주요 품종이었다)가 무나 기타 채소가 아닌 배추 김치 중심의 김장문화로 다시 한번 변신시키게 된다. 이로써 우리 음식문화의 분수령을 이루는 빠알갛고 사각사각한 김치가 온 나라의 식탁을 점령하였고, 바야흐로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지구촌으로 진출하는 한국 음식 문화의 최대 상징이 된 것이다.
또한 장류의 최고봉이자 한국을 장 문화의 독보적인 존재로 만든 것이 바로 고추장이다. 고추장이 발명된 이후의 한국 음식은 절대로 그 이전과 같을 수가 없었다.
<김경훈 / 뜻밖의 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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