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와 양파 한 뿌리의 선행 이야기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 나오는 우화다. 소설 속 사악한 여인 그류센카가 표도르의 아들 알료사를 만나 자기 혐오와 회의, 마침내 참회와 구원에 이르는 과정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옛날 러시아에 심술굿고 인색한 한 여인이 있었다. 어느 날 이 여인이 그만 죽었다. 얼마나 사악했는지 살아생전 한번도 선행을 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죽자마자 악마들이 이 할머니를 지옥의 불바다 속에 던져 버렸다.

 

그런데 할머니 수호천사는 할머니가 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는 걸 보았다. 너무 불쌍해서 신에게 연민의 간청을 하였다. “저 할머니가 불쌍한데, 살려주십시오.” 이에 신은 “그 할머니가 살아생전에 착한 일을 단 한 가지라도 했다면 고려를 해보겠다”고 답하였다. 수호천사는 그녀를 구원할 무슨 착한 일이 없을까 내내 생각했다. 마침내 할머니가 했던 단 하나의 선행을 찾아냈다. 그것은 그녀가 텃밭에서 양파 한 뿌리를 뽑아 거지여인에게 준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신은 “그렇다면 그 양파 한 뿌리를 할머니에게 던져줘라. 그래서 할머니가 그 양파 줄기를 붙잡고 빠져나오면 천국으로 오게 하라”고 말하였다. 수호천사의 호소에 하느님은 그녀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그 양파로 그녀를 구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 성공하면 낙원으로 갈 수 있지만 양파가 끊어지면 그곳에 남아야 한다.

 

수호천사는 양파 한 뿌리를 할머니에게 던져주었다. 수호천사는 할머니가 양파 뿌리를 잡고 나올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천사가 그녀를 거의 다 끌어올렸을 무렵, 불바다 속 다른 죄인들이 이 모습을 보고 자신들도 살겠다며 그녀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들을 매몰차게 걷어차며 소리쳤다. ‘이건 내 양파야. 너희들의 것이 아니라고!’. 그녀가 발버둥 칠 때 양파 뿌리가 끊어져 버렸고 노파는 다시 불구덩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노파를 구원하고자 했던 천사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 자리를 떠나갔다.

자신밖에 모르는 사악한 여인, 그런 여인마저 가엾게 여기는 수호천사, 단 한 번의 기회, 그리고 파국.

이 노파의 유일한 선행은 양파 한 뿌리의 나눔이다. 즉 어쩔 수 없이 죄를 짓는 인간들에게 양파 한 뿌리와 같은 작은 사랑만 있어도 그 영혼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진정 인간을 구제하는 것은 진심어린 양파 한 뿌리와 같은 사랑이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