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고추가 전해진 시기는 명(1368~1644) 말기라고 기록한 사료가 많다. 1516년에 일찌감치 포르투갈인이 마카오에 도착하는 등 16세기 초에 포르투갈인이 중국 대륙 연안 지역과 관련을 맺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또한 16세기 중반에는 일본에도 고추가 전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 후기보다는 훨씬 이른 16세기 초반에 중국 대륙 연안 지역에 고추가 전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고추가 쓰촨성과 윈난성 등 중국 남서부에 전해져, 예로부터 겨자와 산초 등 매운맛을 즐겨 먹었던 이 지역에 파고들어 서랄(남첨북함 동산서랄. 南甛北鹹 東酸西辣)으로 정착하고 18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이 지역 사람들의 일상적인 식사에서 빼놓을수 없는 조미료가 되었다.
중국은 국토가 넓은 탓에 연안 지역이나 쓰촨성에 고추가 전해졌다고 해도 그 정보가 좀처럼 쉽게 도성에까지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중국의 약재를 다룬 본초로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는 [본초강목 本草綱目]에는 고추에 관한 사항을 일체 다루지 않고 있다. 이 책의 원고가 쓰인 1578년까지 명의 수도인 북경에는 고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전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1697년에 일본에서 간행된 [본초식감 本朝食鑑]의 고추 항에는 "이것(고추)에 대해서는 중국 서적으로는 상세히 알 수 없다."라고 기록되어 있어, 명 후기에도 수도인 북경까지 전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
중국 서적에 고추에 대한 기술이 나타난 것으로는 청조가 들어선 1688년에 간행된 [비전화경]이 있다. 북경을 비롯한 황하 지역에서 고추가 쓰이기 시작한 시기는 19세기 이후 일인 것으로 생각된다.
<씨앗혁명 / 시카이 노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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